몸짓 언어는 청각장애인들이 서로, 혹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제스처 표현 체계입니다. 물론 저 역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면 여행 중에 이런 소통 방식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물론 정식 수어 체계가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일상의' 몸짓 체계 말입니다... 심지어 고대 로마에서조차요.
남근, 악안으로부터의 보호 부적
손가락 하나를 곧추세우고 나머지를 오므려 남근과 음낭을 형상화하는, 우리 모두에게 낯익은 그 손짓 말입니다. 로마에서는 이 손가락을 digitus impudicus 혹은 digitus infamis(무례하고 외설적인 손가락)라 불렀는데, 이 제스처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강한 욕설의 의미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마법적·주술적 함의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즉, 남근은 악안(evil eye)으로부터 사람을 지켜 주는 보호의 상징이자 행운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진 것입니다. 대(大)플리니우스는 이를 medicus invidiae, 곧 '질투에 대한 치유제'라 불렀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목에 남근 모양 부적(fascinum)을 걸고 다니는 일이 흔했고, 갓난아기의 요람에는 남근 형태의 tintinnabulum, 곧 방울 장식이 매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 남근 모양의 틴티나불룸(tintinnabulum)
이 tintinnabulum은 문지방 위에 설치되기도 했으며, 남근 형상은 집을 지키기 위해 벽면에 직접 그려지거나 새겨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폼페이 유적에서도 벽과 바닥에 창관(창가 집결소)의 위치를 알리는 조각들이 발견된 것은 사실입니다.

문헌에 기록된 '외설적인 손가락'
이러한 제스처에 대한 언급은 1세기 빌빌리스 출신 시인 마르티알리스의 『경구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섹스틸로, 너를 몹쓸 놈이라 부른 자를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라.”
“알콘테와 다시오, 그리고 심마쿠스에게 그 손가락을, 바로 그 외설적인 손가락을 보이라.”
7세기에는 성 이시도루스가 저서 『어원론』에서 손가락의 이름을 설명하며 이를 다시 언급했습니다.
“Tertius impudicus, quod plerumque per eum probri insectatio exprimitur. (셋째는 무례한 손가락이다. 대개 이것으로 추한 조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가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대해 내린 설명 또한 흥미롭습니다.
“Quartus anularis, eo quod in ipso anulus geritur. […] Quintus auricularis, pro eo quod eo autem scalpimus. (넷째는 반지 손가락이다. 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기 때문이다. […] 다섯째는 귀 손가락이다. 이것으로 귀를 후비기 때문이다.)”
성인에 따르면 반지를 넷째 손가락, 즉 약지에 끼우는 이유는 그곳에 심장으로 피를 운반하는 혈관이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전통은 놀랍게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