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의 검', 나르바에스 장군
라몬 마리아 나르바에스 이 캄포스(Ramón María Narváez y Campos, 1800~1868)는 스페인의 군인이자 정치가입니다. 그라나다 로하(Lloja) 출신으로, 이사벨 2세 시대 스페인 정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인물이었으며, 1844년부터 1868년 사이 무려 일곱 차례나 각료평의회 의장, 즉 총리에 해당하는 직책을 역임했습니다. 반란과 소요를 잔혹할 만큼 철저하게 진압한 탓에 그는 '로하의 검(Espadón de Loja)'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서명을 거부한 각료
어느 날, 주로 온건파 인사들로 구성된 각료평의회를 주재하던 나르바에스 앞에 뜻밖의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각료가 논의 중이던 조항에 서명하기를 끝내 거부한 것입니다. 그는 분개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차라리 제 손을 잘라내는 한이 있어도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나르바에스 장군은 심드렁한 듯 태연하게 받아막했습니다.
"손을 자를 것까지야. 오른손으로는 그 조항에 서명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내 고환이나 만져 주게 하면 그만일 걸 세."
기록에 따르면 그 각료는 결국 오른손으로 해당 조항에 서명했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왼손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강권과 위트를 동시에 보여준 나르바에스답게, 협박조차 유머로 포장해 버린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