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호세 리잘 박사, 베를린에서 '프랑스 스파이'로 의심받았을까? 소문의 진실

베를린에서 펴낸 첫 소설, 그리고 떠도는 의심설

필리핀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호세 P. 리잘(José P. Rizal) 박사가 1887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소설 『Noli Me Tangere』를 출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그가 '프랑스 스파이'로 의심받았다는 주장이 종종 퍼지곤 하는데, 과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뒷받침할 근거는 없습니다

리잘 박사가 『Noli Me Tangere』를 출판하던 당시 프랑스 스파이로 의심받았다는 주장에는 신뢰할 만한 역사적 증거가 없습니다. 당시 공식 기록이나 검증된 문헌 어디에서도 그러한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며, 이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왜 이런 소문이 생겨났을까?

다만 이런 설이 나온 배경을 짐작해볼 수는 있습니다. 리잘은 여러 나라를 유학하며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고, 파리 등 유럽 여러 도시를 자유롭게 오갔습니다. 또한 식민지 지배에 비판적인 글을 쓰던 인물이었기에, 당시 유럽 사회에서 낯선 동양인 지식인에게 각종 추측이 붙기 쉬웠던 것입니다.

『Noli Me Tangere』가 가진 진짜 의미

소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역사적 가치입니다. 『Noli Me Tangere』는 스페인 식민 통치 아래 필리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고발한 소설로, 필리핀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초가 되었습니다. 리잘이 굳이 먼 베를린을 출판지로 선택한 것은 검열을 피하고 자유로운 출판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독일 경찰이 리잘을 프랑스 스파이로 의심했다'는 이야기는 입증된 바 없는 일화이며, 그의 베를린 시절은 오히려 작품 집필과 출판에 몰두한 학문적·문학적 시기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