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구물리학 연합(American Geophysical Union) 학술지 AGU Advance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소수의 고대 지르콘 결정 안에 판구조론의 핵심 요소인 '섭입(subduction)'의 가장 오래된 증거가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38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희귀한 '시간 캡슐'은 지구 초창기의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된 암석 표면이 오늘날 지구를 빚어가는 활동적인 과정으로 전환되던 순간을 보여주며, 판구조론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두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합니다.
지각과 그 바로 아래 맨틀 상층부는 단단한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판들은 그 아래 점성이 있지만 서서히 이동할 수 있는 맨틀 암석 위를 천천히 움직입니다. 지구 중심부의 열이 이 느리지만 거침없는 운동을 이끌며, 화산 활동·지진·산맥 융기 같은 현상을 일으킵니다.

현대적 지각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한 추정치는 40억 년 전부터 불과 8억 년 전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판 구조 자체가 표면을 재활용하는 특성 탓에 지구 초창기의 지질학 기록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역사상 첫 5억 년인 하데안(명왕누대)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지질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나드야 드라본(Nadja Drabon)은 "하데안 시대의 땅은 거대한 미스터리 상자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시간 캡슐
이 수수께끼를 풀 흥미로운 진전으로, 2018년 드라본과 동료들은 남아프리카 바버턴 그린스톤 벨트(Barberton Greenstone Belt)에 남아 있는 희귀한 고대 지각 조각에서 41억 5천만 년 전부터 33억 년 전까지의 시계열을 이루는 33개의 미세한 지르콘 결정을 발굴했습니다.
지르콘은 지각에서 비교적 흔한 부속 광물이지만, 40억~45억 6천만 년 전 하데안 시대의 대표 샘플은 극도로 드물어 전 세계 12곳에서만 발견되며, 각 지역마다 보통 3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린스톤 벨트 지르콘에 보존된 하프늄 동위원소와 미량 원소는 결정이 형성될 당시 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38억 년 전 및 그 이후의 지르콘은 현대의 섭입대에서처럼 압력을 받으며 용융된 암석에서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당시 지각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드라본은 섭입의 전형적인 사례를 설명하며 말했습니다. "내가 '판구조론'이라고 할 때 특히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 화산 활동이 집중되는 호상 지대를 의미합니다. 안데스 산맥이나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벨트'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는 "38억 년 이후 지각이 불안정해지고 새로운 암석이 형성되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현대 판구조론에서 관찰되는 것과 점점 더 유사한 지구화학적 특징이 나타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가장 오래된 지르콘들은 '원시지각(protocrust)'이라 불리는 전 지구적 층의 증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약 6억 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다시 녹은 맨틀 암석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전 지구적 변화의 신호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는 남아프리카 지르콘에서 나타난 전환점으로부터 약 2억 년 뒤, 세계 다른 지역의 지르콘에서도 현대적 섭입과 유사한 조건으로의 같은 전환이 발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드라본은 "38억 년에서 36억 년 전 사이 지구에서 중대한 변화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으며, 판구조론으로의 진화는 확실한 가능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이번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판의 효율적인 글로벌 엔진이 자리 잡기 전, 여러 곳에서 시작되었다가 중단되기를 반복하는 전 지구적 변화가 먼저 개시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판구조론은 지구의 대기와 표면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화산 가스 방출과 새로운 규산염 암석 생성 과정에서 대기 중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소비되면서, 온실가스의 과잉이나 부족으로 인한 급격한 기온 변동이 완화됩니다. 드라본은 "재활용과 새로운 지각 형성이 없다면 우리는 끓어오르는 폭염과 얼어 붙는 한파 사이를 오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날씨를 위한 일종의 온도 조절 장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지금까지 판구조론은 지구에서만 관측된 현상입니다. 행성의 거주 가능성에 필수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판 운동의 기원은 초기 생명체 발달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드라본은 "지구 초창기에 대한 기록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서로 다른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전환이 관찰된다는 점은 지각 과정의 전 지구적 변화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한다"며 "당시 지구에서는 일종의 대재편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