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보스의 사포(Sappho)는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여류 시인으로, 문학과 예술에 남긴 영향은 실로 지대합니다. 이미 로마 시대에도 그녀를 기리는 조각상과 회화가 제작될 만큼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는 사라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9권의 시집으로 정리되어 있었으며, 번역본은 고대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몇 편의 단편만이 전해질 뿐입니다.
그 단편 중 하나가 바로 '한밤의 시(Midnight Poem)'로, 기원전 6세기 중반에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역사상 어느 시점이든 하늘의 별 위치를 재현할 수 있는 천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덕분에, 연구진이 이 시의 정확한 작성 시기를 좁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단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 세기 동안 학자들의 관심을 모아온 것은 바로 시에 등장하는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단에 대한 언급입니다. 플레이아데스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성단 중 하나로, 밤하늘에서 육안으로도 가장 선명하게 관측되는 성단입니다. 일 년 주기로 출몰하며 특정 계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대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 주기가 농사력과 일치했기에 계절과 달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정이 지난 뒤 달과 플레이아데스가 함께 지는 광경을 사포가 일 년 중 언제 목격했는지에 주목해 왔습니다.
연구팀은 천문학자들이 천체 위치 추적에 널리 사용하는 'Starry Night(스타리 나이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 물음에 답했습니다. 사포의 사망 연도로 알려진 기원전 570년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당시 레스보스 섬 최대 도시였던 미틸레네(Mytilene)에서 시가 지어졌다고 보았습니다.
Journal of Astronomical History and Heritage(천문학사·유산 저널)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이 시가 늦겨울에서 초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존 통설을 다시 검토한 결과물입니다.
연구진은 기원전 570년 어느 밤 미틸레네의 하늘이 어떻게 보였는지 소프트웨어로 재현했고, 그 결과 시는 그해 1월 25일부터 3월 31일 사이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텍사스 대학교의 맨프레드 쿤츠(Manfred Cuntz) 교수는 이 시기 범위가 필요한 이유로 고대의 부정확한 시간 측정 환경을 꼽았습니다. 당시에는 기계식 시계가 없었고, 물시계 정도만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 결론은 사포가 실제로 자신이 목격한 하늘을 시에 담았고, 플레이아데스를 단순한 극적 장치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