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부론은 누구인가?
에부론(Eburones)은 기원전 1세기 갈리아 북동부(벨기카)에 자리 잡은 벨가이계 부족 연합에 속한 민족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그들을 게르만 계통의 출신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토와 생활 터전
에부론의 영토는 오늘날 벨기에의 림부르흐 주, 네덜란드의 림부르흐 주, 그리고 독일 아헨(Aachen) 인근 지역까지 뻗어 있었습니다. 이 모래땅 지역(벨기에 캄핀)에서는 지금도 네덜란드어군에 속하는 특유의 노래 같은 방언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어원: '주목나무 재배자들'
독일 어원학자들이 제시한 'Eburon'의 어원은 eeb-boeren입니다. Eibe(eebe)는 주목나무(yew)를, Bauer(boer(en), 복수형)는 농부·경작자를 의미합니다. 즉 에부론이란 곧 '주목나무 재배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에부론족은 주목나무 재배로 유명했습니다. 주목나무는 활 제작에 가장 뛰어난 목재를 제공하는데, 섬유질이면서 탄력 있고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고 품질의 주목나무는 성장이 느리고 목재 섬유가 조밀한 모래 지대에서 자랐습니다. 주목나무는 가지치기에도 강해 오늘날에는 울타리용으로 널리 심습니다.
주목나무의 라틴어 명칭은 taxus인데, 로마인들은 이 지역을 Toxandria 또는 Taxandria라고 불렀습니다. 흥미롭게도 갈리아 자체적으로도 주목나무가 서식했음에도 에부론산 주목나무는 그 품질이 워낙 뛰어나 'éburo'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암비오릭스와 아두아투카 전투
에부론의 족장 암비오릭스(Ambiorix)는 기원전 54년 아두아투카(Aduatuca) 전투에서 5개 보조 코호트를 포함한 로마 제14군단을 궤멸시킨 장본인으로 유명합니다. 이 전투는 헤르(Jeker) 계곡 일대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갈리아 전쟁 기간 로마가 입은 가장 큰 패배로, 8,000명의 군단병에 더해 상인, 하인, 종군자들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카이사르의 보복과 부족의 소멸
이 반란에 분노한 카이사르는 에부론족을 몰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승전 때마다 적의 사망자 수와 팔려간 노예의 수를 발표하기를 좋아하던 수다스러운 카이사르가 정작 자신의 저서 『갈리아 전쟁』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에부론족을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카이사르의 기록에 따르면 에부론족은 암비오릭스의 명령에 따라 깊은 숲으로 숨어들었고, 군대를 분산시켜 2년간 소모전과 게릴라전을 이어갔습니다. 기원전 52년 이후 그들은 카이사르의 문헌에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으며,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다만 그들의 명칭은 아마도 현지에서 부르던 이름이었던 퉁그리(Tungri)로 바뀌어 이어졌고, 자신들의 시비타스(civitas)에 이름을 남겼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날의 통헤런(Tongeren)입니다. 암비오릭스는 끝내 카이사르에게 붙잡히지 않았고,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쟁』에서 그를 향해 칭찬과 감탄이 담긴 문장을 남겼습니다.
영국 요크와의 미스터리한 연관성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잉글랜드 도시 요크(York)의 이름이 벨기에의 에부론족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로마인들은 이 도시를 civitas eburacum, 즉 '에부론족의 도시'라 불렀습니다. 영국 어원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합니다.
요크 북쪽에는 요크셔 무어스(Yorkshire Moors)라 불리는 황야지대가 펼쳐져 있는데, 이곳의 농부들은 벨기에의 에부론족처럼 주목나무 재배로 빠듯한 수입을 보충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마을은 주목나무 목재 시장으로 명성이 높았을 것이며, 그래서 로마인들이 이러한 명칭을 붙였다는 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