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가 끝나고 역사시대가 시작된 것은 특정한 단일 사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두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문자의 발명과 기록의 등장입니다. 인류가 문자로 자신들의 삶과 사건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역사'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왜 문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에는 당대의 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과 유물, 유적으로만 추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문자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법률, 종교, 왕의 업적, 무역 기록 등을 직접 남길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후대 연구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1차 자료가 됩니다. 즉, 문자의 존재 여부가 곧 '기록된 역사'와 '추정된 과거'를 나누는 경계선이 되는 셈입니다.
지역마다 달랐던 역사의 시작
흥미로운 점은 각 지역이 역사시대에 진입한 시기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 메소포타미아: 기원전 약 3200년경 쐐기문자가 등장하며 가장 먼저 역사시대에 들어섰습니다.
- 이집트: 거의 같은 시기인 기원전 3100년 전후 상형문자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 기원전 1200년경 은나라 시대의 갑골문자가 확인되면서 역사시대에 진입했습니다.
- 중남미: 마야 문명 등에서 기원후 수세기에 이르러서야 문자 체계가 발달했습니다.
따라서 세계 어느 한 곳에서 선사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인류 전체가 동시에 역사시대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지역은 이미 문자로 기록을 남기고 있을 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경계에 놓인 시대, 원사(原史)시대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은 개념은 '원사시대(protohistory)'입니다. 이는 스스로 문자 기록을 남기지 못했지만, 주변 다른 문명의 기록에 언급되어 간접적으로 역사를 알 수 있는 시기를 가리킵니다. 예컨대 고대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문자 기록이 드물어 고조선·삼한 시대는 주변 국가의 사서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론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가르는 것은 전쟁이나 왕조 교체 같은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 전환점은 지역마다 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역사의 시작은 세계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시점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문자라는 위대한 발명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수천 년 전 인류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