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는 인구 2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산간 국가로, 이탈리아·오스트리아·헝가리·크로아티아에 둘러싸인 발칸 반도에 위치하며 아드리아 해로 통하는 해안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이 나라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의외의 볼거리가 가득한 슬로베니아는 놀라울 만큼 풍부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어, 수많은 도시에 박물관과 역사 건축물,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도시는 전체 건물의 3분의 1 이상이 역사 기념물로 분류될 만큼 깊은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바로크 양식의 보석, 수도 류블랴나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보석이라 불릴 만합니다. 캐슬힐(Castle Hill) 기슭에 펼쳐진 오래된 바로크 양식의 구시가지에는 르네상스·바로크·아르누보 양식의 입면을 지닌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4,500여 종의 식물과 아종을 보유한 식물원, 티볼리 공원, 국립미술관도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성 니콜라스 대성당, 1701년에 창단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류블랴나 필하모닉, 그리고 박물관·극장·미술관까지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Jože Plečnik)의 수많은 걸작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중앙 시장, 삼중교, 프란치스코 교회, 드잘레 묘지, 육상 경기장, 파부르 다리는 물론, 중세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대학 도서관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 박물관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2012년 유럽 문화수도, 마리보르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이자 2012년 유럽 문화수도였던 마리보르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400개가 넘는 예술 행사를 선보이며 유럽 최고의 50대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순절 축제(렌트 페스티벌)와, 호주 출신의 저명한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토그네티(Richard Tognetti)가 예술 감독을 맡은 마리보르 페스티벌이 대표적입니다. 축제 기간이라면 누구나 슬로베니아의 문화와 전통이 예술적 걸작과 어우러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와인 애호가에게 마리보르는 더욱 특별한 도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약 400년 수령)가 자라고 있으며, 400만 리터가 넘는 와인을 저장하는 와인 셀러와 와인 전통을 기리는 박물관·갤러리가 자리합니다. 또한 시청이 있는 중앙광장, 성광장, 마리보르 성과 지역 박물관이 있는 자유광장, 슬롬셰크 광장, 유대인 광장 등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중세 구시가지가 통째로 보물창고, 프투이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프투이(Ptuj)는 잘 보존된 중세 구시가지를 비롯해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화폐 컬렉션과 보석 박물관, 소규모 고고학 유물을 소장한 도미니코 수도원, 도시의 탑, 성 조지 교회, 성 플로리안 기념비, 오르페우스 기념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2월에 방문한다면 '쿠렌토바녜(Kurentovanje)' 카니발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양가죽으로 덮인 가면을 쓴 전통 캐릭터 '쿠렌트(Kurent)'의 압도적인 변장 퍼레이드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독특한 민속 축제로 손꼽힙니다.
살아 있는 건축의 기념비, 피란
지난 세기의 건축이 그대로 숨 쉬는 피란(Piran)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주세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름을 딴 타르티니 광장은 13세기부터 도시의 중심 광장 역할을 해왔으며, 매년 여름이면 그의 음악을 기리는 타르티니 페스티벌이 열리고 저녁 콘서트가 프로그램을 채웁니다.
7세기에 축조된 성벽 안에는 1879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개축된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옛 시청사와, 베네치아 고딕을 잘 보여주는 타르티니 광장에서 가장 오래된 집인 15세기의 베네치안 하우스가 서 있습니다. 피란의 10개 교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12세기에 세워진 성 조지 교회도 잊지 말고 들러보세요.
왕후의 도시, 첼레
'왕후의 도시'라 불리는 첼레(Celje)는 광범위한 문화·역사 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5세기에 지어진 왕자의 궁전, 지하에 고고학 전시 공간을 두고 있는 성 다니엘 교회, 그리고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축물 중 하나인 '류드스카 포소일니차(Ljudska posojilnica)' 저축금고 건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건물들은 도시의 다층적인 과거를 증언하며 첼레만의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다양한 역사적 연결고리는 박물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타라 그로피야(Stara grofija)'에 자리한 지역 박물관, 어린이를 위한 헤르만의 은신처, 회화 갤러리와 현대미술 갤러리까지, 과거의 흔적을 세심하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광산 도시 이드리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광산 도시 이드리야(Idrija)는 뛰어난 문화유산을 자랑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알려진 수은 광산이 있었던 곳으로, 가장 오래된 부분인 '안토니예프 로프(Antonijev rov)'는 1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은 보빈 레이스 장인 기술로도 유명해, 관련 전시와 역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국제 레이스 센터도 운영 중입니다.
16세기에 지어진 게베르켄에크 성(Gewerkenegg Castle)과 그 안의 박물관, 삼위일체 교회, 자연 속 박물관이라 불리는 디비예 제제(Divje jezero) 호수 등 기념물도 풍부합니다. 이드리야는 '유럽 우수 여행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수은 광산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슬로베니아는 풍부한 역사적 과거와 다채로운 문화를 성실히 보존하며,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미니어처라 불릴 만한 이 나라에서 여러분만의 발견의 시간을 시작해 보세요.
더 읽어볼 책
- 『류블랴나와 슬로베니아』, Assia Rabinowitz 저, 에센셜(Essential), 2010
- Le Petit Futé 슬로베니아, 2010
- 『슬로베니아: 유럽의 미니어처』, Sophie Massalovitch · Jean-Marie Boëlle 저, Editions Thalia, 2008
참고 자료
- 슬로베니아 관광청 공식 관광 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