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8일 저녁이면 프랑스 리옹(Lyon) 전역이 촛불과 조명으로 물듭니다. 4일간 이어지는 리옹 빛의 축제(Fête des Lumières)에는 갈리아의 옛 수도를 찾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듭니다. 원래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종교 행사로 시작된 이 축제는 오늘날 조명 예술이 더해지며 리옹의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리옹 빛의 축제의 유래: 1643년 역병과 성모 마리아에 대한 서약
리옹 시는 프랑스 남부를 강타한 역병으로 큰 피해를 입은 1643년부터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구하며 그녀를 공경해 왔습니다. 전염병은 참혹했습니다. 리옹에서 수천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고, 도시 인구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부시장들에 둘러싸인 시장(프레보) 알렉상드르 마스카리는 필사적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며, 역병이 멎으면 매년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그해 리옹에서 역병은 실제로 멎었고, 리옹 시민들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처음에는 시 당국이 성모 탄생 축일인 9월 8일, 의회 의원들의 서약식을 통해 성모에게 경의를 바쳤습니다.
첫 번째 서약 이후 리옹 시민들은 성모의 중보 기도를 구하며 도시를 굽어보는 푸르비에르(Fourvière) 언덕 꼭대기의 작은 교회를 자주 찾았습니다. 성모에게 봉헌된 이 최초의 교회는 1168년 푸르비에르 언덕에 세워졌으며, 1562년 종교 전쟁으로 황폐화된 뒤 여러 차례 복원되었습니다. 그러나 1830년부터 종탑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849년에 완공된 이 공사에는 리옹 조각가 조제프 파비슈(Joseph Fabish)가 제작한 거대한 황금 성모상이 봉안되었습니다.
12월 8일의 일루미네이션, 빛의 축제가 태어난 순간
새 종탑의 성모상 봉안식은 원래 1852년 9월 8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성모 탄생 축일이자 시의원들의 서약을 기념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상 제작자의 작업장을 덮친 손(Saône) 강 홍수로 봉안식은 연기되었고, 원죄 없으신 성모 축일을 기념하는 12월 8일로 날짜가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봉안식 당일 끔찍한 폭풍이 몰아치며 행렬과 불꽃놀이로 이어질 축제가 위협받고, 손 강마저 다시 범람 위기에 처합니다.
폭풍은 결국 지나갔고, 리옹의 가톨릭 신자들이 건물 창문에 밝힌 촛불이 도시를 빛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바로 이 일루미네이션이 매년 12월 8일 리옹에서 열리는 빛의 축제의 시초입니다. 본래 신앙의 표현이었던 이 전통은 리옹의 세속적 유산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늘날에는 종교를 불문한 모든 가정이 12월 8일 창가에 촛불을 밝히는 관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교 축제에서 세계적 대중 축제로
1989년에는 유적지 조명, 강과 언덕의 야경, 동네와 도로의 일루미네이션이 도시 전체를 장식하며 리옹의 매력과 야간 문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1999년부터 빛의 축제는 4일간 열리며, 그동안 수백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도시 곳곳을 거니는 산책을 즐깁니다.
빛의 축제는 매년 기록을 경신합니다. 2014년 행사에서는 80여 개의 조명 프로젝트가 선보였고, 그레이터 리옹에서는 800만 개의 촛불이 판매되어 호텔들은 4일 내내 만실을 이뤘습니다. 전통과 종교적 뿌리를 지닌 만큼 축제는 나눔의 정신도 잊지 않습니다. 매년 자선단체를 초대해 방문객이 촛불을 구입하고 '여자 거인'의 빛나는 프레스코화에 참여하는 "Les Lumignons du Cœur(마음의 촛불)" 캠페인을 진행하며, 모금액 전액을 협회에 기부합니다.
2013년에는 전 세계에서 310명의 기자가 리옹을 찾았습니다. 한때 리옹의 작은 지역 축제에 불과했던 이 행사는 이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두바이, 토리노, 몬트리올,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빛 축제가 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빛의 축제 기간, 리옹 시내 추천 관람 코스
매년 12월 5일부터 8일까지 도시 곳곳에 조명이 켜집니다. 시간을 내어 리옹의 거리가 선사하는 경이로움을 만끽해 보세요. 손(Saône) 강과 론(Rhône) 강 사이에서 크루아루스 사면(Pentes de la Croix-Rousse)의 골목을 따라 내려온 뒤, 프레스킬(Presqu'île)의 기념물과 상징적인 광장을 둘러보세요. 테로 광장(Place des Terreaux)과 바르톨디 분수에서 벨쿠르 광장(Bellecour)까지 이어지는 코스에 셀레스탱 극장과 라푸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을 더하고 싶다면, 라테트도르 공원(Parc de la Tête d'Or)에서 시작해 벨쿠르 광장에서 마무리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리옹의 도시적 신기함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같은 광장에서 출발해 콩플루앙스(Confluence)로 이어지는 두 번째 코스가 어울립니다. 그리고 르네상스 지구를 빼놓을 수 없겠죠. 손 강을 건너 생장 대성당(Cathédrale Saint-Jean)과 구 리옹의 생폐르 역(Station Saint-Paul)의 장엄한 조명을 감상해 보세요. 도시의 화려한 파노라마를 원한다면 푸르비에르(Fourvière) 언덕에 올라 대성당에서 리옹 전경을 내려다보세요.
이 코스는 아이디어를 드리기 위한 것일 뿐, 여러분의 취향대로 자유롭게 일정을 구성하셔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각 조명 프로젝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더 읽어볼 자료
- 2019 빛의 축제의 프로그램, 행사, 관람 코스가 궁금하다면 빛의 축제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
- 『리옹의 빛: 12월 8일, 빛의 축제』, 엘라(Ella), 2014.
- 『빛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면: 리옹 빛의 축제』, 필립 샤부(Philippe Chabbouh), 벨리에(Perri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