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이스라엘 아스글론에서 2000년 된 로마 가룸 공장 발굴…동지중해에서 극히 드문 발견

고대 로마인들이 가장 사랑한 조미료는 단연 가룸(garum)이었습니다. 생선 내장을 발효시켜 만든 이 소스는 다양한 음식의 양념으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될 정도로 로마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스글론 외곽에서 발견된 2000년 된 발효조

가룸 제조 시설의 유적은 고대 로마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어 왔지만, 최근 이스라엘 유물관리국(IAA)이 새롭게 공개한 발견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아스글론(Ashkelon) 시 외곽에서 가룸 생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 2,000년 된 발효조가 발굴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아스글론에서 2000년 된 로마 가룸 공장 발굴…동지중해에서 극히 드문 발견

"이것은 우리 지역에서는 드문 발견이며, 동부 지중해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시설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고대 문헌에는 유대인들이 가룸을 생산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아스글론에서 이러한 시설이 확인된 것은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진 로마의 취향이 의복에 그치지 않고 식습관까지 포괄했음을 보여줍니다."

— 고고학자 탈리 에릭슨-지니(Tali Erickson-Gini)

파스타와 피자 이전, 로마 식탁을 지배한 생선 소스

에릭슨-지니 박사는 "파스타와 피자가 등장하기 훨씬 전, 고대 로마의 식단은 생선 소스에 크게 의존했다"며 "역사 기록에 따르면 로마·비잔틴 시대 내내 가룸은 지중해 유역 전역에서 음식의 기본 조미료로 사용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강한 악취 때문에 가룸 공장이 반드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져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발굴된 시설 역시 고대 아스글론 도심에서 약 2km 떨어진 위치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아스글론에서 2000년 된 로마 가룸 공장 발굴…동지중해에서 극히 드문 발견

수도원과 함께한 산업 단지의 흔적

가룸 공장이 있던 부지는 서기 5세기에 조성되었습니다. 발굴 결과, 화려하게 장식된 5세기 교회 유적 옆에서 와인 압착기 세 개와 오븐을 갖춘 수도원 시설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스라엘 유물관리국 연구진은 와인 수출이 당시 수도원의 주요 수입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에릭슨-지니 박사는 "이 일대는 여러 시기에 걸쳐 산업 지구로 활용되다가, 서기 7세기 이슬람 세력이 이 지역을 정복한 이후 어느 시점에 다시 버려졌다"며 "그 후 텐트에 거주하는 유목민 가족들이 건물을 해체해 건축 자재를 다른 곳에 판매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스라엘 아스글론에서 2000년 된 로마 가룸 공장 발굴…동지중해에서 극히 드문 발견

아스글론, 어디에 있는 도시인가

아스글론은 텔아비브에서 남쪽으로 약 56km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며, 네게브 사막과 인접해 있습니다. 고대부터 해상 무역의 요충지였던 이곳에서 또 하나의 로마 유산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