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유럽 최고 고도의 동굴 벽화 '아브리 파라벨', 알프스 해발 2,133m에 숨겨진 선사시대 미스터리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그려진 선사 시대 동굴 벽화

에크랭 국립공원(Écrins National Park)은 프랑스 남서부 알프스에 자리한 웅장한 산악 지대로, 해발 3,000m를 넘는 100여 개의 봉우리와 40개의 빙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2010년,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동물형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유적지는 바로 아브리 파라벨(Abri Faravel)입니다. 연구자들은 이곳을 "알프스에 존재하는 모든 유적지 중 가장 수수께끼 같은 곳"이라고 평가합니다. 해발 2,133m에 위치한 이 암석 그늘(rock shelter)은 중석기 시대부터 중세 시대까지 인간이 거주했던 여러 시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중석기·신석기 시대의 부싯돌 도구, 철기 시대 도자기, 로마 시대의 비골(fibula, 옷고름 핀), 중세 금속 유물 등이 잇달아 출토되었습니다.

유럽 최고 고도의 동굴 벽화  아브리 파라벨 , 알프스 해발 2,133m에 숨겨진 선사시대 미스터리

그러나 이 유적지의 진정한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표현된 네 발 달린 동물의 선사 시대 벽화입니다.

이 일대는 자연적으로 은신처가 될 만한 곳이 거의 없는 험준한 지형입니다. 그렇기에 고고학자들에게 이 벽화의 존재는 정말 뜻밖의 발견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그림들이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 중 하나에서 인간의 삶과 활동이 어떠했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단서라고 설명합니다.

유럽 최고 고도의 동굴 벽화  아브리 파라벨 , 알프스 해발 2,133m에 숨겨진 선사시대 미스터리

첨단 기술로 밝혀지는 벽화의 비밀

영국 요크 대학교(University of York)의 고고학자들은 최근 레이저 스캐너와 백색광 스캐너를 활용해 벽화를 정밀 조사했으며, 그 결과로 제작한 가상 모델(virtual model)을 국제 학술지 인터넷 고고학(Internet Archaeology)에 공개했습니다.

이처럼 첨단 장비를 동원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암각화(petroglyph)와 같은 새기기 기법의 유물만 발견되기 마련인데, 아브리 파라벨의 벽화는 그런 환경에서 극히 드문 '그림'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우연히 발견된 이후 진행된 현장 조사에는, 현존하는 가장 복잡한 고산 청동기 시대 구조물 중 일부로 평가받는 일련의 석조 울타리 유적과 인간 거주지 발굴 작업도 포함되었습니다.

연구팀이 공개한 가상 모델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