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천문 컴퓨터', 새로운 복원 모델이 등장했지만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최근 고대 그리스의 수수께끼 같은 유물,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정교한 디지털 복원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던 작은 장치로 추정되는 이 유물에 대한 대담한 연구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고도로 추측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기원전 1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장치로, 달과 태양의 위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극히 일부만 남아 있어 그 실체는 오늘날까지도 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특히 시대를 앞서간 듯한 기술적 수준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어 장치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된 안티키테라 기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톱니바퀴 기어 장치입니다. 동시에 과학사에서 가장 신비롭고 논란이 많은 유물이기도 합니다. 이 기묘한 청동 장치의 실물은 단 하나뿐입니다. 1901년 펠로폰네소스반도 남쪽 안티키테라 섬 근해에서 스펀지 어부들이 로마 갤리선(군용선) 난파선 속에서 발견한 것이 그것입니다.
'거장의 솜씨'를 자랑하는 논쟁적 유물
유물이 하나뿐이라는 점은 이미 고고학자들에게 큰 곤란을 줍니다.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으면 유물의 위치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티키테라 기계는 한 가지 특성으로 인해 더욱 모호한 존재가 됩니다. 바로 놀라운 공학적 걸작이라는 점입니다. 그 기구의 정교함이 너무나 압도적이라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런 장치가 그렇게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기도 합니다.
갤리선의 연대가 기원전 87년 이전으로 추정되면서 안티키테라 기계의 최소 연령 상한이 설정되었지만, 정확한 제작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기원전 3세기 말부터 2세기 중반(조반니 파스토레, 2010)으로 보고, 다른 이들은 조금 더 후대인 기원전 2~1세기로 봅니다.
높이 약 20cm에 불과한 이 장치에는 여러 평면 위에 서로 맞물린 수십 개의 톱니바퀴와 감탄을 자아내는 섬세한 각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서구에서 이런 수준의 정밀 기계 기술이 다시 등장하려면 무려 17세기까지 기다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미지의 영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장치는 안타깝게도 매우 불완전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훼손된 82개의 파편뿐이며, 이는 완전한 기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 기능이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오늘날 고고학자, 엔지니어, 과학사학자들은 이 장치가 달과 태양의 위치를 계산하는 천문 달력이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놀라운 일이지만요.
추측의 영역
결국 안티키테라 기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입니다. 하지만 이런 물음표들이 UCL 연구팀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장치의 완전한 복원에 도전했고, 그 성과는 2021년 3월 12일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의 서두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중략) 어떤 이전의 복원 모델도 데이터에 근접하지 못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증거를 만족시키고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로 이어진다. 이 복잡한 3D 퍼즐을 풀어내는 과정은 바빌로니아 천문학의 주기, 플라톤 아카데미의 수학,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 이론이 결합된 천재적 창조물을 드러낸다." 연구에는 이 기계에 대한 열렬한 애호가이기도 한 수학자이자 엔지니어 토니 프리스(Tony Freeth)가 참여했습니다. 그는 이 기계만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힘쓰기도 했습니다.

재배열된 파편 모습. (b)에서는 수성·금성·화성·목성이 각인으로 새겨져 있다. 출처: Tony Freeth/UCL
토니 프리스 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은 기계 애호가이자 기계공학 교수, 박물관 학였장이었던 마이클 라이트(Michael Wright)가 이전에 촬영한 X선 단층촬영 스캔을 바탕으로 장치의 디지털 복원을 시도했습니다. 라이트 역시 과거 불완전하긴 했지만 이 기계의 복제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프리스의 복원은 여기에 세 번째 데이터를 추가합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의 천문학 계산입니다. 즉, 수학적 기반이 태양이 아니라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돈다는 고대 그리스의 가설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로,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이 그리스 학자의 것으로 여겨지는 저술에 근거를 두는 게 왜 좋은 발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생각으로 보입니다." 유니버시언사이언스(Universciences)와 파리 천문대의 과학사학자 드니 사부아(Denis Savoie)는 이렇게 평하며, 프리스 팀의 연구가 "매우" 추측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가 가진 파편조차 아직 논쟁 중인데,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더 훌륭한 기계를 제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성 언급은 있었지만, 행성 기구의 증거는 없다
프리스 팀은 제안한 디지털 모델에서 주요 부분에 '덧붙여' 장착될 또 다른 기구까지 상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구는 기계에 새겨진 그리스 문자 해독을 통해 언급된 태양계 행성들의 위치를 계산하는 데 쓰였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코스모스의 모든 행성의 주기를 결정하고(금성과 토성에 대해 밝혀진 주기만이 아니라), 그 주기를 물리적 증거와 부합하는 극도로 컴팩트한 기구에 통합하고, 그 출력들이 통상적인 우주론적 순서와 일치하도록 서로 얽히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드니 사부아는 이런 결론의 근거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들이 여기서 일종의 화려한 기교 연습에 나선다고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기계를 폭넓게 연구해 온 제임스 에번스 역시 행성 기구가 달과 태양의 위치 기구를 보완했을 가능성이라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제안일 뿐입니다."

UCL 팀이 상상한 행성 위치를 표시하는 다이얼. 출처: Tony Freeth/UCL
연구팀은 "우리의 연구는 안티키테라 기계가 탁월한 설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뛰어난 공학이 천재적인 장치로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의 기술 역량에 대한 우리의 모든 선입견에 도전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안티키테라 기계가 고대 그리스인의 수학, 특히 공학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1348년에서 1364년 사이에 천문 시계와 플라네타륨을 결합한 놀라운 '아스트라리움'을 만든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계공 조반니 폰디(Giovanni Dondi)조차 구상하지 못했을 물건의 아버지 자리를 내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