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프랑스 나르본에서 발굴된 유일무이한 로마 시대 묘지 유적

2019년 10월 7일, 프랑스 남부 오드(Aude)주 나르본(Narbonne)에서 프랑스 전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로마 시대 네크로폴리스(공동묘지)가 발굴되었다.

프랑스 나르본에서 발굴된 유일무이한 로마 시대 묘지 유적

"페스투스(향년 10세), 아퀼라(향년 8세).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머니 이울리아 프로토게니아가" — 약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발견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로마 어머니의 비탄을 땅속에서 꺼내 보여준다. 대리석 판에 새겨진 이 장송 명문(葬送銘文)은 고고학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발견품 중 하나로, 서기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 예방고고학연구소(Inrap) 소장인 도미니크 가르시아(Dominique Garcia)는 이 유적을 "예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유적의 가치는 규모와 보존 상태 두 가지에서 빛을 발한다. 부지 면적만 약 5,000㎡에 달하며, 최대 천여 기의 무덤을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적 옆을 흐르던 오드 강 지류에 퇴적된 미세 토사(실트)가 폐기된 후 유적을 그대로 덮으면서 탁월한 보존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발굴 총괄을 맡은 발레리 벨(Valérie Bel)은 "덕분에 깊이 최대 3미터에 이르는 층층이 쌓인 유적을 조사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그녀는 평소 조사하는 단순한 무덤군과 달리, 이러한 다층 구조를 통해 당시 장례 의식의 전체 변화 과정을 복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가르시아 소장에 따르면, 이 네크로폴리스는 기원전 118년 갈리아에 세워진 최초의 로마 식민도시 나르보 마르티우스(Narbo Martius)에 살았던 로마인들의 의례와 신앙, 생활 방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희귀한 '파노라마'를 갑작스럽게 펼쳐 보이고 있다.

로마적 삶의 스냅샷

번영을 누리던 로마 제국 초기, 나르본은 서기 초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주요 무역 중심지였다. 가르시아에 따르면 이곳에는 로마식 생활 방식과 질서가 무(無)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정립되었기 때문에 그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무덤들이 증언하듯, 이 묘지의 이용자들은 엘리트 계층이 아니었다. Inrap 옥시타니 지부의 막심 기욤(Maxime Guillaume)은 묘비명이 남긴 정보를 바탕으로 다수가 해방노예와 노예 출신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상업 활동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그는 무덤에서 그리스산 암포라(양수 항아리)가 자주 발견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 중 가장 희귀한 것은 일련의 '제주관(奠酒管)'이다. 주로 암포라 파편으로 만든 이 관들은 산 사람이 죽은 이에게 음식, 향수, 기름, 작은 물건 등을 바치는 데 사용되었다.

현장에는 하나가 장례 항아리에 곧바로 꽂힌 채 서 있고, 다른 하나는 땅 위로 솟아 있어 아직 침입당하지 않은 무덤의 존재를 알려준다. 조금 더 나아가면 어떤 무덤 앞에는 검게 그을린 돌들이 흩어져 있는데, 마치 어제 불을 지핀 듯한 화덕의 흔적으로 장례 식사가 치러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까지 발굴된 백여 기의 무덤들은 '가족 집단 또는 직업 집단'의 구획 안에 모여 있거나 때로 겹쳐 배치되어 있다고 구역 담당자 마리 로셰트(Marie Rochette)는 설명한다. 땅바닥에는 음식 관련 의례를 보여주는 조개껍데기들이 흩어져 있다.

미래 박물관을 위한 선물

대부분의 무덤은 작은 기념물로 덮여 있거나 장례 항아리를 안치하고 있다. 당시에는 화장이 선호되었으며, 어린아이들만 토장(土葬)되었다. 죽은 이를 배웅하기 위해 기름을 담았을 것으로 보이는 테라코타 항아리 몇 개, 약간의 음식과 향수, 한두 개의 유리병, 그리고 유등(油燈)이 함께 매장되었다. 벨은 유등에 대해 "낮과 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시하는 '반전(反轉) 의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때때로 작은 금색 남근 형태 펜던트 같은 부적도 발견되었으며, 테라코타 재질의 젖병도 출토되었다.

고고학자들이 현대의 공동묘지보다 더 자유로운 조직 형태였음을 설명하기 위해 '장례 구획(funerary quarter)'이라 부르는 이 유적은, 나르본 외곽에 건설될 주거 단지를 위한 사전 구제발굴 과정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처음 4개월로 계획되었던 발굴은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감안하여 내년 여름 말까지 연장되었으며, 예산은 600만 유로에 이른다.

더욱이 우연인지, 고고학자 특유의 표현을 빌려 '신들의 선물'이라 해야 할지 모를 행운인지, 이 유적은 이 지역이 로마 나르보네즈 문화를 위해 건설하기로 결정한 미래 박물관과 바로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 나올 유물과 정보들은 박물관 소장품을 크게 풍성하게 할 것이며, 발굴이 끝난 후 부지는 개발업자에게 반환되고 다시 덮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