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마니사(Manisa) 주에는 기원전 660년경 리디아의 왕 기게스(Gyges)가 세운 고대 도시 사르데스(Sardes)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체육관, 유대교 회당, 그리스식 극장, 경기장, 다수의 신전, 그리고 후대 비잔틴 시대의 유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고학 보고(寶庫)로 평가받습니다.
현장 발굴을 진행 중인 고고학자들은 최근 군사 물자와 장비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대 측정 결과, 이 유물들은 기원전 546년 크로이소스(Croesus) 왕의 리디아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그 유명한 전투에서 페르시아군과 리디아군이 실제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리디아는 키루스 대왕이 이끄는 페르시아의 공세 앞에서 무너졌으며, 일설에는 밀레토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리디아군이 할리스 강을 건너도록 도왔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크로이소스는 메디아와 페르시아 사이의 갈등을 틈타 리디아의 영토를 넓히려 했습니다. 그는 델포이 신탁이 내린 "할리스 강을 건너면 제국이 멸망할 것이다"라는 예언에 용기를 얻어 원정을 단행했지만,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었고 그 제국은 다름 아닌 리디아 자신이었습니다.

발굴 책임자인 니콜라스 던롭(Nicholas Dunlop)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유물 가운데에는 리디아인과 페르시아인의 전쟁 당시 것으로 추정되는 방패, 돌 인장, 여러 개의 화살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아 유물 외에도 주방 그릇 등 생활용품들이 함께 출토됐는데, 연구진은 이 유물들이 14일간의 공방 끝에 페르시아군이 사르디스를 함락하고 약탈하면서 붕괴된 리디아 문명의 최후를 조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사르디스 유적은 1426년 '고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치리아코 데 안코나(Ciríaco de Ancona)에 의해 처음 확인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 시대에 활동한 이탈리아 출신 여행가이자 골동품 수집가였던 그는 고대 세계의 유적과 유물, 비문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