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수 세기 전에 집필되었지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금강경(金剛經)의 최초 인쇄본은 서기 868년으로 연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등장 이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868년이라 하면 잉글랜드를 침공한 바이킹의 '대이교도군(Great Heathen Army)'과 알프레드 대왕이 활약하던 시대이자, 코르도바 토후국이 번영하던 시기입니다. 그럼 이 흥미로운 경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왜 '금강경'이라 불릴까?

금강경의 원래 산스크리트어 명칭은 바즈라체디카 프라즈냐파라미타 수트라(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 즉 '번개처럼 베어버리는 지혜의 완성에 관한 경전'을 뜻합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바즈라(vajra)입니다.

바즈라는 신화 속에서 장인의 신 비슈바카르마가 신들 중 최고의 무사 인드라를 위해 제작한 무기로, 현자 다디치의 척추뼈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힌두교의 푸라나는 이를 두 개의 교차한 번개 형상으로 묘사합니다. 실제로 '바즈라'는 번개와 다이아몬드를 동시에 의미하는 단어로, 권력과 힘의 상징으로도 사용됩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경전(sutra)이란 무엇인가

수트라란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일련의 가르침을 담은 설법을 의미합니다. 불교와 힌두교 모두에서 사용되며, 어느 정도는 기독교의 비유나 성경의 종교 문헌과 유사한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대승불교(Mahāyāna) 계열에 속합니다. 대승불교는 불교의 삼대 분파 중 하나로, 서기 1세기경 인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금강경은 '반야바라밀다(Prajñāpāramitā, 지혜의 완성)' 경전류에 포함되며, 유명한 법화경, 반야심경, 화엄경 등과 같은 계열에 속합니다.

'삼백 게송'이라는 별칭

금강경은 트리샤티카 프라즈냐파라미타 수트라(Triśat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 즉 '삼백 게송의 지혜 완성 경전'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본문의 길이가 대략 300행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번역본에 따라 분량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서기 2~5세기 사이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경전은,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전파되었습니다. 최초의 번역은 한어 역으로, 401년경 카슈미르 출신 승려이자 다작의 번역가였던 쿠마라지바(Kumārajīva)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16년간 유평 생활을 하는 동안 그 시간을 역이용해 중국어를 익히고 불교 경전들을 번역했습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쿠마라지바의 번역은 교육적 목적을 지닌 비교적 자유로운 의역이었지만, 그럼에도 높은 평가를 받아 후대의 번역본들—보디루치(509년), 파라마르타(558년), 다르마굽타(590년과 616년), 현장(648년, 660~663년), 의정(703년)—을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판본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유한 가장 오래된 사본인 둔황 필사본(뒤에서 다룹니다) 역시 몇백 년 늦은 것이긴 하나, 쿠마라지바 역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로 퍼져 나간 금강경

이후 금강경은 일본어, 한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티베트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대승불교 전통이 중요했던 아시아 국가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번역 과정에서 주석이 덧붙여지거나 내용이 보완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유식학파(Yogācāra)를 창시한 저명한 형제 승려 아상가와 세친은 4세기에 저술한 마하야나삼파리그라하에서 금강경에 대한 주석을 남겼습니다.

중국의 학자들도 주석을 달았습니다. 승조, 사영운, 지의, 길장, 규기, 종밀 등이 함께 80여 편의 해설서를 남겼으나, 현재는 30편만이 전해집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이러한 열풍은 금강경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학·종교적 흐름이 형성될 만큼 컸습니다. 특히 당나라 말기 중국에서는 금강경을 베껴 쓰고 낭송하는 행위가 일종의 신앙 수행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기적적인 효험까지 부여되었습니다.

실제로 신비로운 효험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도 전해집니다. 선종(禪宗)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조사인 혜능(638~713)은 금강경을 낭송하던 중 환영을 목격했고, 이후 나무꾼 일을 그만두고 승려가 되어 자신의 체험을 금강경 해설이라는 저작으로 남겼습니다.

멀리 아프가니스탄까지 퍼진 경전

이만큼 금강경이 유명했다는 방증으로, 상당히 먼 지역에서도 사본이 발견되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얀의 마하사앙기카-로코따라와다 사원 폐허에서는 다양한 경전의 필사본 파편이 출토되었는데, 그중에는 금강경도 포함되어 있으며, 앞서 언급한 현장이 직접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강경이 비교적 짧아 암송하기 쉬웠다는 점도 이러한 확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금강경의 내용

금강경은 통상적인 시작 공식인 '에밤 마야 슈루탐(Evaṃ mayā śrutam)', 즉 '내가 이렇게 들었다'로 시작하여, 매일 식걸음을 나눈 뒤 휴식 중인 부처와 수보리(Subhūti)라는 노승 사이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20세기의 승려 싱운(Hsing Yun)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 질의응답은 네 가지 근본 주제를 다룹니다. 즉 무아(anatta, 영혼의 실체 없음), 자아라는 관념 없이 중생을 해탈시키는 것, 물질에 대한 집착 없는 삶, 그리고 자기 수양입니다. 요컨대 금강경은 선입견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존재와 지각, 자비를 탐구하는 논저라 할 수 있습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둔황에서의 발견

금강경이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된 인쇄본이라는 사실과 관련해, 그 발견 배경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고비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중국 북부 둔황의 막고굴은 5천여 개의 사원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금강경은 이곳에서 다른 문서들과 함께 발견되었고, 이들은 통칭 '둔황 사본(Dunhuang Manuscripts)'으로 불립니다.

1907년, 헝가리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탐험가이자 고고학자, 민족지학자, 지리학자, 언어학자—그리고 무엇보다 한학자였던 마르크 아우렐 슈타인(Sir Marc Aurel Stein) 경이 이 사본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굴의 관리인이었던 도교 승려 왕원록(Wang Yuanlu)의 안내로 이곳을 찾았는데, 왕원록은 7년 전 이곳에서 발견한 책 몇 권을 이미 슈타인에게 판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폴 펠리오(Paul Pelliot)도 발굴에 참여해 현장을 지도로 작성하고 문자·사진·그림으로 철저히 기록했으며, 벽면을 장식한 벽화들을 전사하기도 했습니다. 수집된 자료에는 각종 언어로 된 수천 건의 문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우리가 별도의 글에서 다룬 적 있는 예수경(Jesus Sutras)도 있었습니다.

목판 인쇄의 걸작

수집품 중 가장 귀중한 유물 중 하나가 바로 금강경입니다. 목판을 이용한 인쇄 방식으로 제작된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이 방식으로 보존된 최초의 인쇄물은 아니지만 특정 날짜가 명시된 가장 오래된 인쇄물입니다. 바로 868년 5월 11일입니다.

이 사본은 길이 4미터가 조금 넘는 두루마리 형태로, 또 한 가지 면에서도 앞선 작품입니다. 끝에 적힌 발문(跋文)에서 알 수 있듯, 일반 대중을 위해 기획된 창작물이었다는 점입니다.

구텐베르크보다 600년 앞선 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짜가 기록된 인쇄본  금강경

오늘날의 금강경

둔황 사본들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중국 국가도서관(베이징), 영국 도서관 등 여러 기관에 분산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중 금강경은 영국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010년에는 정성 들인 복원과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이제 누구나 온라인으로 전체 원문을 열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Taishō Tripiṭaka 역) / Handbook of Zen Buddhism(Daisetz Teitaro Suzuki) / The Diamond Sūtra in Chinese Culture(Yong You) / The Diamond Sutra and The Sutra of Hui-neng(A.F. Price, Wong Mou-lam 역; W.Y. Evans-Wentz, Christmas Humphreys 서문) / The Diamond Sutra(Red Pine 역 및 주석) / Journeys on the Silk Road(Joyce Morgan, Conrad Walters)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