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에서만 볼 수 있는 고대 로마의 기록, 타불라 트라이아나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사이 국경을 이루는 다뉴브 강이 빚은 거대 협곡, 이른바 '철문(Iron Gates)'의 절벽에는 서기 103년에 새겨진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의 비문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타불라 트라이아나(Tabula Traiana), 곧 '트라야누스의 비석'이라 불리는 이 유적은 해안 지형상 육지로 접근할 방법이 없어 오직 강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제2차 다키아 전쟁과 세계 최장의 다리
이 글에서는 서기 103년, 훗날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파괴하게 될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를 트라야누스 황제가 어떻게 건설하라고 명령했는지 살펴봅니다. 이 다리는 다키아 왕 데케발루스를 상대로 한 제2차 다키아 전쟁을 앞두고, 군대가 다뉴브 강을 도강하고 보급품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지어진 것입니다.
다리는 군단이 다키아로 진격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에서 가장 돋보이는 핵심 요소였으며, 도로가 완성되자 트라야누스는 이를 기념하는 비문을 세울 것을 명령했습니다.
철문 절벽에 새겨진 라틴어 비문
같은 해인 103년, 철문의 암벽에는 오늘날 우리가 타불라 트라이아나, 즉 '트라야누스의 비석'이라 부르는 라틴어 비문이 새겨졌습니다. 이곳은 오늘날 루마니아와 세르비아의 국경을 이루는 다뉴브 강 협곡의 마지막 구간인 철문의 세르비아 쪽 기슭으로, 루마니아 도시 오르소바(Orsova)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암벽에 새겨진 이 대형 비석은 폭 3.20m, 높이 1.80m로, 날개 달린 돌고래 두 마리와 여섯 잎 장미,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가 조각되어 있으며, 아래쪽에는 무릎을 꿇은 수염 난 남성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남성의 모습처럼 비문의 마지막 줄 역시 침식으로 인해 거의 판독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비문은 여섯 줄의 로마 대문자로 다음과 같이 읽힙니다.
IMP CAESAR DIVI NERVAE F / NERVA TRAIANVS AUG GERM / PONTIF MAXIMVS TRIB POT IIII / PATER PATRIAE COS III / MONTIBVS EXCISI. ANCO..BVS / SVBLATIS VIA .E.
(번역: 신성한 네르바의 아들이자 카이사르인 황제 네르바 트라야누스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최고 신관(Pontifex Maximus), 네 번째 호민관 권한 보유자, 조국의 아버지, 세 번째 집정관 — 산을 깎아내고 들보를 받쳐 올려 이 길을 열었다.)

비석 상단에 새겨진 'TABULA TRAIANA'라는 글자는 1891년 세르비아 정부가 처음으로 이 석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추가된 것입니다.
댐 건설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다
1969년부터 1972년 사이 철문 일대에 댐이 건설되면서 수많은 고대 유적과 함께, 트라야누스의 것과 유사한 여러 로마 기념 비문들이 물속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타불라 트라이아나는 비문이 새겨진 암석 덩어리를 통째로 약 300톤 규모로 잘라내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수면보다 50미터 높은 곳으로 옮겨 매설하는 대형 작업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이 유적은 클라도보(Kladovo) 인근 제르다프 국립공원(Djerdap National Park) 내, 테지카(Tejika) 마을에서 강 상류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안 지형이 험준해 다른 접근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배를 타고 강 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강 맞은편 루마니아 쪽 기슭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암석 조각으로 여겨지는 다키아 지도자 데케발루스의 동상이 우뚝 서 있어, 로마와 다키아의 역사가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