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위치한 블루피시 동굴(Blue Fish Cave)에서 발굴된 동물 뼈 유물은, 인류가 기존 학계의 통설보다 무려 1만 년이나 앞선 시기에 북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캐나다 유콘(Yukon) 블루피시 동굴 유적지에서 출토된 말 턱뼈. 돌로 만든 도구로 살점을 제거한 흔적인 곧고 평행한 절단 흔적이 여러 개 남아 있습니다.
1만 년 더 거슬러 올라간 아메리카 최초 인류의 발자취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 역사는 통상적으로 추정되던 14,000년 전이 아니라, 무려 2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번 연대 재측정은 북미 대륙에 인류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정착했다고 주장해 온 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입니다. 사실 북미 초기 인류의 도래 시기는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뜨겁게 논쟁이 이어져 온 주제였습니다.
이 발견을 이뤄낸 주인공은 캐나다 몽트리올 대학교 인류학과의 아리안 버크(Ariane Burke)와 로리앤 부르종(Lauriane Bourgeon)입니다. 두 연구자는 유콘 북서부 블루피시 강변에 위치한 블루피시 동굴에서 출토된 뼈 유물을 재분석하던 중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이 유물들은 1977년부터 1987년 사이 캐나다 고고학자 자크 생마르(Jacques Cinq-Mars)가 발굴한 것으로, 매머드·들소·순록, 그리고 특히 말 등 플라이스토세(홍적세)를 대표하는 동물들의 뼈 조각 수천 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 퀘벡주 가티노 소재 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죠.
V자형 흔적, 인공 석기 도구의 낙인
부르종은 이 뼈들을 입체현미경(고배율 쌍안 현미경)으로 다시 관찰하면서 인위적 개입의 흔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2017년 1월 6일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되었습니다.
뼈 표면에 남은 V자형 홈은 부싯돌을 떼어 만든 석기 도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해당 유적지에서는 세석기(microblade)가 다량 발견된 바 있으며, 이 도구들은 동물 사체를 해체할 때 살과 연골을 벗겨내고 잘라내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석 결과 15개의 뼈 시료에서 명백한 인위적 흔적이 확인되었고, 약 20개의 시료에서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흔적이 분류되었습니다. 순록 골반뼈 조각에서 깊은 절단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달(Dall)산양의 긴뼈에서도 유사한 흔적이 관찰되었습니다.

해체 작업 중 석기 도구로 살을 제거한 흔적이 남아 있는 순록 골반뼈 조각. © Lauriane Bourgeon
육식동물과 인간, 뼈에 남는 차이
연구진이 주목한 또 하나의 단서는 뼈 유물의 파편화 정도였습니다. 부르종은 미국 매체 웨스턴 디그스(Western Dig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육식동물이 뼈를 남길 때는 뼈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반면 인간은 골수를 추출하기 위해 망치로 뼈를 부수죠. 블루피시 동굴에서 파편화된 뼈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견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24,000년 전의 말 턱뼈, 빙하기 베링기아의 목격자
이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대측정 실험실의 토머스 하이엄(Thomas Higham)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인위적 흔적이 확인된 가장 오래된 유물인 말 턱뼈의 연대는 놀랍게도 24,000년 전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는 당시만 해도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 동굴에 인류가 거주했을 가능성을 먼저 제기했던 자크 생마르에게도 의미심장한 결과입니다. 아리안 버크는 "이제 동베링기아(East Beringia)가 마지막 빙하기 동안 사람이 살았던 땅이었다는 증거가 확보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베링기아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매켄지 강부터 러시아의 레나 강까지 이어지던 광대한 지역으로,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향한 최초 인구 집단의 초기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버크에 따르면 집단유전학 연구에서도 시베리아에서 온 수천 명 규모의 집단이 마지막 빙기 극대기(약 15,000~24,000년 전) 동안 베링기아에 고립된 채 생존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우리 연구는 인류가 적어도 24,000년 전부터 블루피시 동굴 유적지에 여러 차례 거주했으며, 특히 순록과 말을 사냥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말이 베링기아에서 멸종하기 훨씬 이전의 일입니다." 로리앤 부르종은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이 연구는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블루피시 동굴의 뼈 조각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메리카 대륙 인류사의 첫 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되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