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목 아래 낫을 박아 넣은 무덤, 폴란드에서 발견된 '악마 퇴치' 매장 의식

폴란드의 중세 묘지에서 목 아래에 낫이 놓인 채 다섯 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유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의식이었을까?

목 아래 낫을 박아 넣은 무덤, 폴란드에서 발견된  악마 퇴치  매장 의식

죽은 자를 관 속에 가두기 위한 극단적 선택

미지의 것 앞에서 느끼는 공포, '악마'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옛 폴란드 공동체는 과감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일부 고인의 목 아래에 낫을 놓고 매장하는 것이었다. 학술지 안티퀴티(Antiquit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기이한 의식의 흔적을 보여주는 다섯 개의 무덤이 최근 폴란드 드라스코(Drawsko) 지역의 17세기 묘지에서 발굴되었다. 캐나다 레이크헤드 대학교의 마레크 폴친(Marek Polcyn)과 폴란드 차르니코프스키 박물관의 엘즈비에타 가이다(Elzbieta Gajda)는 250여 기에 달하는 다른 무덤들 사이에서 이들을 확인했다.

유해의 주인공은 35~44세 남성 한 명, 30대 여성 두 명, 60대 여성 한 명, 그리고 14~19세 청소년 한 명이다. 두개골 근처에서 발견된 녹색 흔적은 화폐 역시 함께 매장되었음을 시사하며, 특히 60대 여성은 입 안에 동화(銅貨)를 물린 채 묻혔다. 대체 왜 이런 특별한 처우를 받았던 걸까?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최후를 맞았을 가능성도 있을까? 현재로서는 한 가지 사실만이 분명하다. 이들은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치아 범랑질에 대한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 결과, 이들이 현지 주민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무덤에 놓인 낫은 죽은 자가 관 속에 머물게 하여, 산 사람을 괴롭히러 돌아오지 못하도록 보장했다."

6세기부터 이어진 유럽 전역의 매장 풍습

고고학자들이 이러한 의식의 증거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폴란드에서는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묘지에서도 유사한 무덤이 발굴되었으며,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독일에서도 같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고인들이 반드시 퇴치해야 할 초자연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무덤에 놓인 낫은 죽은 자가 관 속에 머물게 하여 산 사람을 괴롭히러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중세 문명과 민간 신화 전문 역사가 클로드 르쿠퇴(Claude Lecouteux) 역시 이 가설에 힘을 싣는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공동체에 위험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에게만 행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다양한 의식이 시도되었다. 죽은 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슴이나 머리 위에 거대한 돌을 얹는다든지, 수의가 가시나무 가지에 걸려 유령이 나아가지 못하도록 무덤 위에 가시 덤불을 심는다든지 하는 방식이었다.

르쿠퇴는 "낫은 이중의 용도를 지녔다"며 철이 방어적 요소였음을 강조한다. 슬라브족은 실제로 '베거나 찌르는' 용도의 단단하고 뾰족한 철제 물건이 위험을 물리치는 소위 '주술적(apotropaic)' 효능을 지녔다고 믿었다.

뱀파이어가 아니라 '악마'

그렇다면 이 고인들은 뱀파이어로 여겨졌던 걸까? 안티퀴티 논문의 두 고고학자는 이 용어를 부정하며, 중세 중부 유럽의 신앙에 널리 퍼져 있던 수많은 '악마'를 언급하는 쪽을 택한다. 르쿠퇴도 이에 동의한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시체 훼손(mutilation of the dead)'입니다. 문학, TV 시리즈, 소설, 언론에서 최근 들어 뱀파이어가 부각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특정 방식으로 매장되었거나 특정 물건과 함께 묻힌 모든 것이 이제 뱀파이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유령을 가리켰던 민간 신앙 서적의 번역본조차 이제는 곧바로 뱀파이어로 옮겨 적히고 있습니다."

콜레라 유행과 사회적 낙인의 흔적

문화적·행동적 요인, 혹은 외모로 인한 사회적 낙인이 이러한 놀라운 매장 관행의 배경에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폴란드 묘지를 연구한 미국 팀이 발표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17세기 이 지역에서 콜레라가 유행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당시 이 질병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 증상이 초자연적인 징후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