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는 알프스 빙하, 잃어버린 인간 유해들을 되돌려주다

빙하는 기억한다: 녹아내리며 드러나는 잃어버린 유해들

기후변화와 빙하의 지속적인 후퇴로 인해, 알프스 산괴는 주기적으로 인간의 유해를 세상에 내어놓고 있다.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는 알프스 빙하, 잃어버린 인간 유해들을 되돌려주다

오트사부아(Haute-Savoie)에 위치한 몽블랑 산괴.

75년 만에 돌아온 실종 부부

빙하는 서서히 그 안에 품고 있던 인간의 유해들을 내어놓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스위스 헌병대는 베른 알프스 디아블레레(Diablerets) 산괴 해발 2,615m 지점의 쟁플뢰롱(Tsanfleuron) 빙하에서 무려 75년 전에 실종된 부부를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견했다. 1942년 8월 15일, 마르셀랭과 프랑신 고치(Marcelin & Francine Gautschy) 부부는 샹돌랭(Chandolin) 마을에서 소를 살피러 걸어 나섰다가 그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격렬한 폭풍우 속에서 빙하 크레바스(틈새)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당시의 수색 작업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두 차례의 항공 참사, 그 희생자들의 흔적

2017년 7월 말에는 프랑스 쪽 몽블랑 보송(Bossons) 빙하에서 한 손과 한 다리가 발견되었다. 과연 누구의 것일까? 샤모니(Chamonix, 오트사부아) 산악헌병중대(PGHM)의 스테판 보존(Stéphane Bozon) 지휘관은 “이 유해들은 아마 같은 신체에서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라며 “50여 년 전 몽블랑 상공에서 일어난 에어인디아(Air India)의 두 차례 항공 사고 희생자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950년 11월 3일, 록히드 컨스텔레이션(Lockheed Constellation)형 여객기 ‘말라바르 프린세스(Malabar Princess)’호가 탑승자 48명을 싣고 몽블랑 산괴 로셰드라투르네트(Rocher de la Tournette) 인근 해발 4,677m 지점에 충돌했다. 16년 뒤인 1966년 1월 24일에는 같은 항공사의 또 다른 여객기, 봄바이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보잉 707 ‘칸첸중가(Kangchenjunga)’호가 거의 같은 장소에서 산을 들이받았다. 이번에도 승객과 승무원 110명 중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일부 훼손된 시신은 수습되어 계곡으로 옮겨진 뒤 생제르베레뱅(Saint-Gervais-les-Bains, 오트사부아)에 안장되었다.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는 알프스 빙하, 잃어버린 인간 유해들을 되돌려주다

1966년 1월 24일 사고 이후 보송 빙하에서 발견된 에어인디아 보잉 707 ‘칸첸중가’호 동체 일부. © Daniel Roche / SIPA

얼음 속에 갇힌 비밀, DNA 감식까지

빙하에 갇혀 연이은 적설 아래 묻혔던 희생자들의 유해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으며, 동체 금속 부품이나 착륙 장치 등도 함께 나왔다. 보존 지휘관은 “빙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쪽 사면에서 이런 종류의 유해를 정기적으로 배출하며, 대부분 얼음의 포장에 싸인 채 방치된다.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시신에 대해서는 DNA 분석을 동반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0년에 실종된 등산객의 유해가 2014년에야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이번 항공 참사처럼 작은 파편의 경우에는 헌병대의 보고서를 접수한 검찰이 후속 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행방불명된 등산객들,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다

이 두 참사의 희생자 외에도 보송 빙하는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등산객들을 품고 있다. 실종 기록이 시작된 1960년 이후 공식적으로 신고된 실종자만 약 30명, 항공 사고를 제외한 몽블랑 산괴 전체로는 무려 150명에 달한다. 보존 지휘관은 “18세기 말 몽블랑이 처음 등정된 이후의 실종 사례들은 전혀 집계되지 않았으므로,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빙하는 왜 유해를 ‘배출’하는가

빙하가 앞으로 기어 나가는 과정에서 받는 강한 압축 때문에, 그 안에 갇힌 인간이나 동물의 시신은 대개 으깨지고 만다. 거대한 얼음 폭포가 이동하면서 가는 길목의 모든 것을 짓누르는 것이다. 최근 배출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기후변화와 빙하의 지속적인 후퇴 때문이다. 실제로 보송 빙하는 20세기 초 이후 무려 1,200m나 후퇴했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빙하의 기억’

이런 현상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심지어 훨씬 먼 옛 시대의 유물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2012년 렌드브레엔(Lendbreen) 빙하에서 바이킹 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대서양 건너 멕시코에서는 2015년 오리사바 화산(Pico de Orizaba)에서 50년 넘게 실종됐던 미라화된 시신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빙하가 되돌려준 가장 유명한 존재는 단연 1991년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발견된 5,000년 된 남자, 청동기 시대의 ‘외치(Ötzi)’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