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5,700년 전 '선사 시대 껌'에서 고대인 유전체가 밝혀졌다

5,700년 전 껌에서 되살아난 '롤라'의 삶

파란 눈과 갈색 피부를 지녔고, 5,700년 전 지금의 덴마크 땅에 살았던 한 여성. 그녀는 오리와 개암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정보는 그녀가 씹고 버린 자작나무 껌 한 조각에 남겨진 DNA 분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5,700년 전  선사 시대 껌 에서 고대인 유전체가 밝혀졌다

▲ 롤라(Lola)의 예술적 재현 이미지

갈색 피부와 머리카락, 푸른 눈, 현대인과 비슷한 구강 내 세균, 그리고 오리와 개암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식사. 5,700년 전 자작나무 껌을 씹던 우리의 먼 조상, 연구진이 '롤라'라고 명명한 이 여성은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DNA 형태로 수많은 단서를 남겼습니다. 인간의 뼈가 아닌 다른 매개물에서 완전한 고대 인간 게놈이 추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습니다.

DNA가 가득 담긴 5,700년 묵은 씹은 자작나무 껌

덴마크 남부의 주요 발굴 유적인 실톨름(Syltholm)에서 고고학자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귀중한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5,700년 된(후기 중석기~신석기 초기) 자작나무 조각입니다. 정확히는 자작나무 수지(birch pitch)로, 나무껍질을 가열해 얻는 갈색 물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물질이 접착제로 사용되었거나, 씹으면 부드러워지는 성질, 혹은 자작나무의 천연 방부 효과를 위해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700년 전  선사 시대 껌 에서 고대인 유전체가 밝혀졌다

▲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자작나무 수지 '껌'. 사진 출처: Theis Jensen

연구진이 씹힌 흔적이 있는 수지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양호한 DNA를 확인했습니다. 씹는 행위 자체가 DNA를 자작나무 수지 안에 가두는 역할을 했으며, 저자들은 "수지의 무균·소수성 특성이 미생물 분해와 화학적 분해를 동시에 억제해 보존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DNA가 인간의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씹은 사람의 DNA 외에도 그녀의 구강 세균총에서 유래한 미생물 DNA가 발견되었고, 목이 초록빛을 띤 오리와 개암의 DNA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먹은 식사의 흔적이라고 해석합니다.

푸른 눈의 갈색 머리 여성, 수렵채집인과 가장 가까워

인간 DNA 분석 결과, 롤라는 갈색 피부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지닌 여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신체 특징의 조합은 다른 유럽 수렵채집인에게서도 관찰된 바 있어, 이 표현형이 중석기 시대 유럽에서 널리 퍼져 있었으며 유럽 인구에서 밝은 피부 색소의 적응적 확산은 선사 시대 후반에야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코펜하겐 대학교 글로브 연구소의 하네스 슈뢰더(Hannes Schroeder) 교수는 "뼈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부터 완전한 고대 인간 게놈을 얻어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유전학적 분석에 따르면 롤라는 스칸디나비아 중부의 초기 농경민보다 서유럽 대륙의 수렵채집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웠습니다. 이는 "신석기 농경 공동체가 남부 스칸디나비아에 미친 유전적 영향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만큼 즉각적이거나 광범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수렵채집인 집단이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생존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롤라의 상상 속 모습이 특히 어려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슈뢰더 교수는 "게놈만으로 나이를 판단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미지는 부분적으로 예술가의 상상력이 반영된 결과지만, 이렇게 씹은 껌 대부분에 작은 치아 흔적이 남아 있어 아이들이 씹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사 시대 구강 세균총 분석으로 우리의 건강을 이해하다

구강 내 미생물 군집 역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확인된 세균의 대부분은 "인간의 입과 상기도에 존재하는 정상 미생물군으로 간주되는" 종들이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 일부 세균이 오늘날 특정 조건에서 치주염(잇몸 염증)이나 폐렴 같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헤르페스의 원인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도 함께 검출되었습니다.

슈뢰더 교수는 "병원체의 오래된 유전 물질과 최근의 것을 비교하면 병원체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진화하고 확산되었는지, 특정 환경에서 무엇이 강한 독성을 띠게 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동시에 병원체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통제하거나 근절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