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를 만나다 — 제벨 이르후드가 밝힌 인류 기원의 비밀

파리 모로코 대사관에서 열린 역사적 발표

2017년 7월 11일, 프랑스 파리의 모로코 대사관에는 많은 이들이 모였다. '30만 년 전의 인간'을 발견한 장 자크 위블랭(Jean-Jacques Hublin) 교수와 압델와헤드 벤-세르(Abdelouahed ben-Ncer) 교수가 현대인의 '범아프리카적' 기원이라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과학 잡지 사이앙스 에 아브니르(Sciences et Avenir)는 이 자리에서 두 연구자를 직접 만났다.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를 만나다 — 제벨 이르후드가 밝힌 인류 기원의 비밀

같은 주제와 관련하여, 2017년 7월호 사이앙스 에 아브니르 845호에는 라셸 뮬로(Rachel Mulot) 기자가 집필한 "호모 사피엔스는 나이를 먹었다"라는 기사가 실렸으며, 해당 호의 표지는 "우주의 새로운 역사"라는 제목으로 장식되어 있다.

'순교자' 같은 유적, 제벨 이르후드

모로코 왕국 대사관이 이날 조명한 곳은 놀라운 고고학 유적지였다. 벤-세르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곳을 "순교자(martyr)" 같은 유적이라고 표현했다. 제벨 이르후드는 오랫동안 중정석(바라이트, 석유 개발에 필수적인 물질) 광산으로 개발되어 왔다. 그러던 1960년대, 광부들이 지표로 끌어올린 선사시대 두개골의 일부가 우연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이곳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유해 22점이 발견되었고, 정밀한 연대 측정 결과 무려 30만 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제벨 이르후드의 인간이 등장하면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기존 예상보다 무려 10만 년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번 연대 측정은 모로코 라바트 국립고고학·유산과학연구소(INSAP)의 벤-세르 교수팀과 독일 라이프치히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위블랭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두 사람은 모로코 대사의 초청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현대 인류의 '범아프리카적' 기원에 대해 발표했다.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탄생한 것으로 믿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그 뿌리가 닿아 있는 것이다.

위블랭 교수는 성경적 은유를 빌려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통념, 즉 약 20만 년 전 사하라 이남의 일종의 '에덴동산'에서 현대인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는 견해를 무효화합니다."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인이다"

30만 년 전이라는 시점은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음을 의미하며, 진화 과정 또한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제벨 이르후드의 인류는 얼굴과 치아 등 일부 해부학적 특징에서 우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뇌에서는 현대인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위블랭 교수는 "그들은 키가 컸지만, 뇌는 우리와 달랐다"며 "지난 30만 년간 우리 진화의 핵심은 바로 뇌였다"고 덧붙였다.

학계의 반응과 열광하는 모로코

두 연구자의 발견은 국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렇다면 기존 교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연대 측정 결과에 대해 학계에서는 마찰이 없었을까? 위블랭 교수는 간결하게 답했다. "아니요. 우리가 사용한 열발광 연대 측정법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프랑스 르몽드지에서 장 자크 예거(Jean-Jacques Jaeger) 교수가 제벨 이르후드 출토 설치류 화석의 연대를 근거로 제기했던 유일한 비판조차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0만 년 전의 인간이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나라는 단연 모로코였다. 벤-세르 교수는 "모로코 국민들이 이 발견에 보여주는 열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제벨 이르후드는 가장 인기 있는 화제거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트위터와 호모 사피엔스가 하나의 주제로 만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위블랭 교수의 말처럼, 이 발견은 결국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