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글 한가운데 숨겨진 동굴에서 고고학자 팀이 암벽화를 발굴해냈다. 2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희귀한 발견이다.

2020년 9월 10일, 방콕 남서부 삼로이욧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암벽화 앞에 선 태국 고고학자들
홀로 서 있는 영양의 모습, 수수께끼 같은 실루엣, 손을 잡고 있는 가족의 형상까지. 태국 정글 한가운데 숨겨진 동굴 속에서 담대한 고고학자 팀이 암벽화를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2천 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희귀한 발견이다.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40세의 고고학자 칸니가 프렘자이(Kanniga Premjai)는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삼로이욧 국립공원의 언덕을 오르며 가시 덤불 숲을 헤치고 나아갔다. 정상에 도달한 그녀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손전등으로 바위에 새겨진 영양의 뿔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벽에 쌓인 녹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녀는 AFP에 말했다. 하지만 곧 고고학 조사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그림을 식별해낼 수 있었다. "나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지난 5월 14일의 이 발견은 40개 동굴을 탐사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몇 달간의 허탈한 연구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2020년 9월 10일, 방콕 남서부 삼로이욧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암벽화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별하는 태국 고고학자 (AFP - Lillian SUWANRUMPHA)
태국은 옛 왕도, 크메르 도시, 사원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으던 유적을 다수 발굴해왔다. 하지만 암벽화를 찾는 일은 훨씬 더 복잡하다. 유적지 자체가 접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고학 조사를 담당하는 태국 미술국(Department of Fine Arts)은 인력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6개 주를 관할하는 라차부리 남부 지부에서는 칸니가 프렘자이를 포함해 단 3명의 고고학자 팀만이 이런 종류의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2020년 9월 10일, 방콕 남서부 삼로이욧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암벽화 앞에 선 태국 고고학자들 (AFP - Lillian SUWANRUMPHA)
동남아시아 지역 고고학·미술 센터의 노엘 히달고 탄(Noël Hidalgo Tan)은 "태국에서 대부분의 작업은 이미 발견된 것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유적지가 아주 많다."
"우리가 무엇을 우연히 발견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칸니가 프렘자이는 말하며 동굴의 다른 공간들을 하나씩 살폈다. 구석구석, 절벽마다, 동굴마다 샅샅이 뒤져야 하는 것이다.
"그림을 발견하는 것은 보물을 파내는 것과 같다"
2016년 당국이 삼로이욧 공원 이 일대의 최초 암벽화를 기록·조사하면서 과학자는 연구를 더 깊이 밀고 나갔다. 이번 발견은 이 지역에 고대 인류가 존재했다는 그녀의 초기 가설을 확증해주었다.

2020년 9월 10일, 방콕 남서부 삼로이욧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암벽화를 조사하는 태국 고고학자 (AFP - Lillian SUWANRUMPHA)
노엘 히달고 탄은 약 3천 년 전 수렵채집인들이 이곳에 살았다고 설명한다. 계절에 따라 "그들은 캠프에서 캠프로 이주했고, 산속에 있는 이 동굴은 그들의 거점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는 유적지의 보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동굴을 보존하고 보호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불행히도 이런 일은 고대 사원이나 고대 궁전만큼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

2020년 9월 10일, 방콕 남서부 삼로이욧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암벽화를 조사하는 태국 고고학자들 (AFP - Lillian SUWANRUMPHA)
게다가 접근이 워낙 어려운 탓에 관광객에게 쉽게 개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칸니가 프렘자이는 좌절하지 않는다. "암벽화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보물을 파내는 것과 같다. 고고학의 매력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는 데 있다."
삼로이욧의 암벽화가 태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아니다. 국토 북부에서는 5천 년에서 1만 1천 년 전 사람들이 거주했던 유적지에서 또 다른 암벽화들이 발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