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프랑스 퓌베르 성(Château de Puivert)에서 재발견된 잊혀진 중세 악기

고고악기학(archaeo-luthery) 전문가들이 프랑스 퓌베르 성 첨탑의 조각에 새겨진 고대 악기들을 연구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 악기가 실제로 존재했음이 밝혀졌습니다.

프랑스 퓌베르 성(Château de Puivert)에서 재발견된 잊혀진 중세 악기

오드주(Aude) 퓌베르 성 음악실의 방패 모양 프살테리움(psaltery) 디지털 모델.

14세기 퓌베르 성(오드주)의 이 독특한 구조는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나인스 게이트>에 등장해 그 실루엣이 널리 알려진 이 사각형의 거대한 첨탑(keep) 안에서, 기독교 예배에 쓰이는 공간들이 전통과 달리 최상층이 아닌 아래층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대에는 실로 무례한 일로 여겨질 만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최상층이 음악실로 꾸며져 있다는 점입니다. 볼트 천장을 지닌 이 방은 코르벨(culs-de-lampe)에 조각된 여덟 개의 악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백파이프, 류트, 피들, 탬버린 등 일곱 개는 전문가들에게 이미 알려진 악기였지만, 나머지 하나는 오랫동안 단순한 상징적 표현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두 줄씩 묶인 18현조를 지닌 이 악기는 프살테리움이라 불리지만, 정작 그 형태는 어디에도 기록된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악기군을 거의 10년간 연구해 온 아틀리에 스칼드(Atelier Skald)의 현악기 제작자이자 고고음악학 연구자인 줄리앙 쿠비예(Julian Cuvilliez)와 오드레 르코른(Audrey Lecorgne)은 이 악기가 실존했음을 입증해 냈습니다.

'이 프살테리움은 방패처럼 생긴 아주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줄리앙 쿠비예는 설명합니다. '중세 조각이 항상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기억에 의존해 작업하다 보니 오류가 섞이기 일쑤였고, 퓌베르의 프살테리움 역시 그런 사례로 여겨져 왔습니다.'

여기에 재료가 주는 제약까지 더해지면, 장인은 모델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어떤 표현은 현실 묘사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음악실의 악기 조각들은 미르포아(Mirepoix) 출신 마스터 장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정확하고 비례에 맞는 작품으로, 상징의 영역이 아니라 실재를 담은 것입니다. 이 컬렉션의 다른 대상들이 그렇듯, 아무리 낯설어 보여도 이 악기만 예외일 리 없다는 판단이 우리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퓌베르 성이 처음 기록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유럽 각국의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했고, 끝내 퓌베르 성의 그것과 같은 악기에 대한 세 가지 추가 기록을 찾아냈습니다. 첫 번째는 13세기에 제작된 세밀화로, 성경 속 아하수에로 왕의 연회 장면을 그린 것으로 벨기에 왕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필사본 281호). 두 번째는 신학자 장 드 제르송(Jean de Gerson, 1363~1429)의 저술에 등장하는 방패형 프살테리움에 대한 묘사입니다. 심장을 연상시키는 방패 형태 덕분에 이 악기는 '신을 찬양하는 노래'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곧 신성한 용도와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형태와 현 배치가 놀랍도록 유사한 프살테리움이 툴루즈 자코뱅 수도원 단지 내 생탕토냉(Saint-Antonin) 예배당의 벽화 장식에도 등장합니다.

뜯는 현, 활로 켜는 현

프살테리움이라는 이름은 사실 하나의 악기군 전체를 가리킵니다.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는 것도 있고, 픽트럼(피크)으로 긁어 연주하는 것도 있습니다. ''방패' 형태가 이토록 기록이 드문 이유는 아마도 12세기에서 14세기 사이 또 다른 악기가 중세 음악계에 큰 물결을 일으키며 수많은 악기를 그늘에 묻어 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하프입니다.' 쿠비예는 말합니다.

프랑스 퓌베르 성(Château de Puivert)에서 재발견된 잊혀진 중세 악기

아틀리에 스칼드의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견을 발판 삼아, 두 연구자는 실험고고학 프로토콜에 따라 복원한 도구와 꽃가루 분석(화분학)으로 확인한 당시의 목재 종, 즉 가문비나무와 호두나무를 사용해 실제 연주할 수 있는 방패형 프살테리움을 재현해 냈습니다. 2014년에는 연구·해석·실험고고학 센터와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해, 퓌베르 악기군의 모든 조각과 첨탑 외벽을 장식하는 여섯 개의 조각을 3D 스캔했습니다. 지면에서 30미터 높이에 자리한 외벽 조각들은 그때까지 접근조차 불가능해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모든 자료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하고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모델로 변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