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선박은 위성이 감지할 수 있는 부유 입자를 발생시킨다. 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위험한 난파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귀중한 단서가 된다.

난파선은 랜즈샛-8(Landsat-8) 계열 위성으로 탐지할 수 있는 부유 입자를 만들어낸다.
수십만 척의 난파선, 어떻게 모두 찾아낼 수 있을까
바다 밑바닥에는 수십만 척의 침몰선이 잠들어 있다. 영국 서부와 남부 해역에만 약 9,000척이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난파선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고해상도 위성 영상 기술을 활용하면 수심 15미터 깊이의 난파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저널 오브 아키털로지컬 사이언스(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난파선이 만들어내는 부유 입자(SPM, suspended particular matter)의 농도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랜즈샛-8 위성이 감지한 이 입자들은 세굴(scour) 현상, 즉 침식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이 기술을 통해 북해 제브뤼허(Zeebrugge) 항 인근 해역에서 네 척의 침몰선 위치가 확인됐다.
연구 공동저자인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의 마티아스 바예(Matthias Baeye)는 “이 기술은 더 깊은 곳에 가라앉은 난파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을 드러냈다.
난파선에 잠든 생분해되지 않는 유독 물질
이 기술의 가치는 역사적 난파선의 위치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난파선을 구성하거나 내부에 여전히 담고 있는 생분해되지 않는 유독 물질로 인해 심각한 오염원이 된 위험한 난파선을 찾아내는 일이다.
프랑스 마르세유 수중·해저 고고학 연구소(DRASSM)의 미셸 뢰르(Michel L’Hour) 소장은 “유럽 해역 난파선의 70% 이상이 제1차·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선박이다. 그러나 부식으로 인해 선박에 실린 내용물이 유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기름이 대표적인 예다. 시한폭탄과 같은 해양 부식은 매년 0.01cm씩 금속을 갉아먹는다. 수중고고학자인 그는 “문제는 이미 시작됐다. 특히 한 세기 가까이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선박들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에는 전 세계에서 오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난파선의 25%가 집중돼 있으며, 선창에 갇힌 기름의 양은 전체의 약 38%로 추산된다. 전문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 종전 후 해상에서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선박들이 싣고 있던 화학물질 탄약”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이 끝난 뒤 수만 톤의 탄약이 의도적으로 바다에 버려졌다. 특히 끔찍한 독가스인 머스터드 가스가 문제다. “일부 화학물질은 물에 녹지만 이 가스는 녹지 않는다.” 이 가스는 일종의 노란 반죽 형태로 변해 물고기의 먹이가 될 수 있다. “머스터드 가스를 섭취하면 DNA가 손상되는데, 이런 물고기를 먹은 사람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생길 것”이다.
수은 오염의 위험
수은 문제도 있다. 노르웨이 주민들에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유명 사례가 바로 독일 잠수함 U-864호다. 최초의 제트기인 메서슈미트 Me 262의 엔진과 설계도를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이 잠수함은 1945년 베르겐(Bergen) 앞바다에서 영국군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당시 함내에는 37kg짜리 강철 용기에 포장된 수은 67톤도 함께 실려 있었다.
“2005년 수심 150미터에서 관측된 용기 하나가 부식으로 열려 있는 것이 발견됐다. 수은은 모두 새어 나간 상태였다.” 2016년까지도 이 잠수함은 인양되지 못한 채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다.
미셸 뢰르 소장은 “우리는 피할 수 없이 문제의 시기로 향하고 있다”며, 이러한 새로운 탐지 기술이 난파선의 분포와 그 변화를 더 정밀하게 지도화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