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의 잠에서 깬 폼페이, 악운을 막았다는 부적 보물 상자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 아래 묻힌 고대 도시 폼페이. 그 흙속에서 약 2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부적과 호부(護符)들이 담긴 상자가 발견되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2000년의 잠에서 깬 폼페이, 악운을 막았다는 부적 보물 상자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 내 '정원의 집(Casa del Giardino)'에서 발굴된 목제 상자에는 보석, 호부, 각종 부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악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던 부적들

하지만 이 부적들은 주인들을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남근 모양 호부, 마법의 보석, 푸른 파이앙스로 빚은 정교한 스카라브, 청동·뼈·호박으로 만든 장식물, 디오니소스나 춤추는 사티로스를 표현한 유리 페이스트 작품까지… 이 모든 물건들은 폼페이 유적의 새로운 조사 구역인 '레조 V(Regio V)'에서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로마식 주택, 즉 돔루스(domus) 한 곳에서 최근 공개된 보호 부적들입니다.

폼페이 고고학 감독국은 "당시 여성들의 생활과 관련된 보석과 소품들이 '정원의 집'의 한 방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캄파니아 지역 고대 도시 고고공원 복원 연구소 전문가들이 수집한 이 귀중한 보물은 집주인들이 챙겨 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산 분화의 참화 속에서 현장에서 생명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의 잠에서 깬 폼페이, 악운을 막았다는 부적 보물 상자

푸른 파이앙스 이집트산 스카라브와 뼈로 만든 해골 장식 등 '정원의 집' 상자에 보관돼 있던 부적 일부 (© Cesare Abbate/Ansa)

DNA 분석으로 풀어내는 가족의 미스터리

감독국에 따르면 실제로 이 집의 한 방에서는 여성과 어린이 등 열 명의 희생자가 발굴되었습니다. 남성들은 미리 대피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두 사람의 유해는 현관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대(大)폼페이 프로젝트' 전문가팀은 DNA 분석을 통해 이 가족의 친족 관계를 규명하고 그들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 보석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폼페이의 우아한 여성들이 즐겨 착용했던 금 장신구는 재산이 평범한 수준인 젊은 여성의 보석함에도 반드시 들어 있던 물건인데 말입니다. 이는 이 가족의 형편이 생각보다 넉넉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폼페이 고고공원 총괄 소장 마시모 오산나(Massimo Osanna)는 "발견된 부적들은 악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의 잠에서 깬 폼페이, 악운을 막았다는 부적 보물 상자

고대에는 특정 보석이 불행을 막아주는 '아포트로파이온' 성질을 지녔다고 믿었다 (© Cesare Abbate/Ansa)

일상의 물건이 전하는 소중한 기록

고대에 '아포트로파이온(apotropaic)'이라 불린 이런 물건들은 악한 영향을 쫓아내고 소지자를 불행과 재앙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베수비오 화산을 마주하고 수시로 지진이 일어나던 캄파니아 땅에서 마술적 믿음은 분명 널리 퍼져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로마 세계에서 이런 물건은 다산, 매력, 행복은 물론 출산의 순탄함이나 결혼의 번영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습니다.

"이 일상의 물건들은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더욱 특별하다"

'정원의 집'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아직 초입 단계입니다. 세척과 복원을 마친 이 감동적인 보물들은 앞으로 더욱 정밀한 학술 조사를 거치게 됩니다. 오산나 소장은 ANSA 통신에 "이런 일상의 물건들은 화산 폭발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도시 주민들의 삶, 즉 '마이크로 스토리'를 들려주기에 더욱 특별하다"며 이 유물들을 조만간 열릴 전시회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돔루스는 아직 모든 비밀을 드러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석 달여 전 고고학자들은 바로 이 건물 벽면에서 발견된 비문을 계기로 베수비오 화산 분화 날짜를 기존의 8월 24일에서 10월 24일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는 지금도 우리에게 끊임없는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