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고고학 연구팀이 성경 속 다윗 왕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고대 도시 유적에서 약 3,300년 전의 귀중한 유물들을 발굴했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유물로는 적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역동적인 자세를 취한 가나안 신 바알(Baal)의 희귀 조각상, 청동 송아지 상, 인장 두 점, 그리고 기원전 12세기로 추정되는 정교하게 장식된 가나안·블레셋 도자기 등이 있습니다. 이 유물들은 2020년 2월 진행된 발굴 조사 캠페인 기간 동안 이스라엘 남부의 키르베트 엘라이(Khirbet el-Ra'i) 유적지에서 출토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신 조각상이 부분적으로나마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키가 높은 모자를 쓰고 오른팔을 위로 들어 올린 채 왼팔을 앞으로 뻗은 이 조각상은 원래 창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지가 구약 성경 사무엘서에 기록된 고대 블레셋 도시 '시글락(Ziklag)'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해당 학설은 2019년 7월 처음 발표되었으며, 초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유적은 기원전 1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성경 기록에 따르면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다윗은 사울 왕의 박해를 피해 도망하던 시기에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로부터 시글락을 하사받았습니다. 이후 사울이 전사하고 다윗이 헤브론에서 왕으로 즉위하면서 시글락은 그의 초기 왕국이었던 유다 영토에 속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발굴 조사를 통해 가나안 시대의 기반 위를 덮고 있는 기원전 12~10세기의 문화층이 드러났으며, 대규모 화재의 흔적, 즉 탄화된 진흙 벽돌, 백색 재, 불에 그을린 목재, 파손된 수많은 도자기 그릇 또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아말렉족이 이 도시를 습격해 불태웠다는 성경의 기록과 정확히 부합하는 결과로 평가됩니다.

학계에서는 시글락의 정확한 위치를 놓고 최대 12곳에 이르는 후보지가 제안될 만큼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발굴 공동 책임자이자 맥쿼리 대학교 고대 이스라엘 고고학 선임 강사인 카일 케이머(Kyle Keimer) 박사는 가핀켈 교수와 함께 수집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키르베트 엘라이가 성경에 기록된 잃어버린 도시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유적지에서는 그 외에도 풍성한 유물들이 잇달아 출토되었습니다. 기름과 포도주 저장에 사용된 그릇, 낫 날 제작에 쓰인 부싯돌 매장지, 비문이 새겨진 유물, 기름 등잔, 이동식 신전, 그리고 커다란 청동 화살촉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연구팀은 여러 일반 주거 건물과 더불어 서로 겹쳐 배치된 일련의 기념비적 건축물군도 발굴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건물은 화재로 파괴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으며, 내부 방에서는 불에 탄 뼈와 숭배용 유물들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그중 일부는 키프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건축 양식과 출토 소유물들은 당시(철기 시대) 이 지역에 학자들이 기존에 상상했던 소박하고 산발적인 정착지가 아니라, 국제적 교류망을 갖춘 정교한 사회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