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룩소르 왕들의 계곡에 위치한 투탕카멘 무덤 주변에서 실시된 최신 지하레이더 분석 결과, 무덤 벽면 뒤에 '숨겨진 공간'이 존재할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었습니다.
이집트 룩소르 왕들의 계곡에 있는 투탕카멘 무덤 전경.
최근 실시된 지관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 분석은 유명 파라오 투탕카멘(기원전 1332~1323년) 무덤 인근에 예상치 못한 공동이 존재할 가능성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습니다. 네이처지가 입수한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전직 이집트 문화재부 장관 맘두흐 엘다마티(Mamdouh Eldamaty)가 이끄는 연구팀이 무덤 바로 인근 지역을 지관레이더로 조사한 결과 유의미한 이상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매장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확인 복도형 공간"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이 발견 사항은 2020년 2월 초 이집트 최고문화재위원회(SCA)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페르티티의 흔적?
이 비밀 공동의 존재 여부를 두고 벌어진 격렬한 논쟁의 역사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애머나 왕족 무덤 프로젝트의 전 책임자였던 영국계 이집트학자 니콜라스 리브스(Nicholas Reeves, 미국 애리조나대 소속)는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킨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투탕카멘 매장실 채색 벽면에 드러난 균열들은 은폐된 출입구의 존재를 시사하며, 그 뒤에는 제18왕조의 중요 인물… 어쩌면 네페르티티 여왕 본인의 무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전시된 네페르티티 여왕 흉상. 출처: 올리버 랭/DPP/AFP
이후 적외선 열화상 촬영을 시작으로 지하레이더와 전기비저항 단층촬영(ERT) 등 일련의 지구물리학적 탐사가 왕립 무덤에서 곧바로 진행되었습니다. 2015년 일본의 물리학자 히로카츠 와타나베(Hirokatsu Watanabe, 고인)가 수행한 첫 번째 조사는 매우 고무적인 초기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팀이 실시한 두 번째 검증 조사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꿈에 젖어 있던 전문가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결과였습니다.
테라비전 익스플로레이션이 감지한 무덤 주변의 이상 징후
2018년에는 이탈리아 토리노 공과대학교의 물리학자 프랑코 포르첼리(Franco Porcelli)가 이끄는 세 번째 팀이 새로운 조사에 나섰습니다. 결론은 "무덤 벽 뒤에는 숨겨진 방이 없다"였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팀이 마지막 조사 주체는 아니었습니다. 영국 웨스트몰시에 기반을 둔 지구물리 탐사 회사 테라비전 익스플로레이션(Terravision Exploration)은 자체 측정을 위한 허가를 받았지만, 이집트 최고문화재위원회의 지시로 조사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네이처지에 따르면, 테라비전의 예비 조사 결과는 벽면 뒤에 아직 탐사되지 않은 공동이 충분히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에 현재 카이로 아인샴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맘두흐 엘다마티는 해당 영국 회사에 조사 재개를 요청하게 됩니다. 참고로 엘다마티는 문화재부 장관 재임 시절 히로카츠 와타나베의 초기 탐지 작업을 직접 감독한 인물입니다. SCA가 2019년 6월 이 요청을 승인하면서, 테라비전과 아인샴스대학교 공학자 팀은 드디어 조사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지관레이더(GPR)를 통해 최근 투탕카멘 무덤 인근, 왕들의 계곡(룩소르)에서 미지의 공간(파란색 긴 복도)의 존재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영국 고고학자 니콜라스 리브스는 자신이 숨겨진 방이라고 본 공간들에 대해 다른 위치(분홍색으로 표시)를 제안한 바 있다. 출처: 네이처
마지막 현장 조사의 결과가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보고서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테라비전이 감지한 이상 징후는 니콜라스 리브스가 가설에서 상정한 북쪽이 아니라 동쪽 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왕들의 계곡에서 확인된 64기의 지하묘
전문가들은 "동쪽으로 몇 미터 떨어진 기반암 속에서 긴 틈새가 발견됐으며, 투탕카멘 매장실과 같은 깊이에 있고 무덤 입구 복도와 평행을 이룬다. 이 틈새는 약 2미터 높이에 최소 10미터 길이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지도 참조). 또한 보고서는 "이 공간이 물리적으로 투탕카멘 무덤과 연결되어 있는지, 아니면 인근에 위치한 다른 무덤의 일부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네이처지를 통해 "그 방향이 KV62호[투탕카멘 무덤]의 주축에 수직이라는 점에서 연결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합니다.
왕들의 계곡, 특히 이 일대에는 왕족과 비왕족의 무던이 수없이 많으며(현재까지 64기의 지하묘가 확인됨),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동 또한 다수 존재합니다. 한편 프랑코 포르첼리 역시 크게 회자되지 않은 글에서, 투탕카멘 무덤 바로 인접한 곳에서는 숨겨진 방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레이더 판독 결과 무덤 근처에서 미지의 공동들을 감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5년 투탕카멘 무덤에서 고고학자 니콜라스 리브스와 함께 있는 전직 이집트 문화재부 장관 맘두흐 엘다마티. 출처: 칼렘드 데소키/AFP
이번 새로운 발표가 만장일치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네이처지의 보도에 따르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또 다른 전직 문화재부 장관 자히 하와스(Zahi Hawass)는 지구물리학 기법을 활용한 무덤 탐사가 종종 헛된 희망만 안겨줬을 뿐, "이집트 어떤 유적지에서도 실질적인 발견으로 이어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무덤—특히 네페르티티의 무덤!—을 찾고 있는 이 고고학자는 2019년 KV62호 무덤 북쪽 지역을 발굴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추측성 논의가 분분합니다. 추가 조사가 진행될까요? 네이처는 최고문화재위원회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맘두흐 엘다마티가 현장 조사를 위한 새로운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