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1,400년 전 바이킹 유골에서 천연두 흔적 발견…유럽 전역 확산의 주범일 가능성

약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바이킹들의 유해에서 천연두 감염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이들 전사들이 이 바이러스성 질병의 확산에 일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400년 전 바이킹 유골에서 천연두 흔적 발견…유럽 전역 확산의 주범일 가능성

스웨덴 외란드(Öland) 섬에서 발굴된 약 1,200년 된 천연두 감염 바이킹 유골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박멸을 선언하기까지, 천연두는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질병입니다. 감염자 10명 중 3명은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흉터로 인한 변형이나 후유증을 안고 남은 평생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세기에만 약 3억 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연두의 흔적이 최근 여러 바이킹 유해에서 발견되면서, 이 병이 적어도 1,400년 동안 인류와 함께해 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바이킹 유골 치아에서 확인된 새로운 천연두 변종

여러 국가의 과학자들은 북유럽 여러 지역에서 사망한 바이킹들의 치아에서 비활성화된 천연두 바이러스 균주를 발견하고 분석했습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영국에 위치한 11개 매장지와 스웨덴 외란드 섬의 유골에서 발견된 균주에 대해 게놈 염기서열 해독에 성공한 것입니다.

에스케 윌레르슬레프(Eske Willerslev)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킹 유골의 치아에서 새로운 천연두 변종을 발견했으며, 그 유전적 구조가 20세기에 박멸된 현대 천연두 바이러스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바이킹이 유럽 전역과 그 너머를 누비며 활동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야 그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팬데믹과의 비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윌레르슬레프 교수는 "사람들이 전 세계를 빠르게 오가며 코로나19를 급속히 확산시켰듯이, 바이킹 역시 천연두를 널리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비행기 대신 배를 이용해 이동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1,400년 전 바이킹 유골에서 천연두 흔적 발견…유럽 전역 확산의 주범일 가능성

10세기에 학살당한 뒤 영국 옥스퍼드 세인트존스 칼리지 부근 합장묘에서 발굴된 바이킹 유해. 사진 출처: Thames Valley Archaeological Services

다만 현재까지는 바이킹 시대에 이 바이러스성 질병이 20세기만큼이나 무자비하게 번졌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개인들이 감염 자체로 사망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공동 저자인 마틴 시코라(Martin Sikora) 교수는 "이들이 분명히 혈중에 천연두 바이러스를 지닌 채 사망했기 때문에 1,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출할 수 있었다"며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유행이 있었을 가능성도 크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의 진화를 이해하는 열쇠

이번 연구 결과는 스칸디나비아 전사들이 천연두(두창으로도 불림)의 보균자였음을 입증한 것 외에도,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에 대한 과학계의 이해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2020년 7월 23일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약 1만 년 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는 17세기 이후의 것에 불과했습니다.

윌레르슬레프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와 병원체에 대한 지식은, 역사적으로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 전체를 담은 사진의 아주 작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며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