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것으로 알려졌고, 콜럼버스 이전의 북아메리카 해안을 그린 것으로 여겨졌던 '빈랜드 지도(Vinland Map)'가 결국 위작으로 판명됐다. 이 지도를 소장하고 있던 미국 예일대학교가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위작이지만 뜨거운 논쟁을 낳은 지도였다. 거의 반세기 동안 학자들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바이킹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세 지도, 이른바 '빈랜드 지도'의 진위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여왔다. 144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양피지 지도는 1965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명문 예일대학교가 입수했으며, 북아메리카 해안의 일부를 '빈랜디아 인술라(Vinlanda Insula, 빈랜드 섬)'로 표기해 신대륙의 최초 지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30일 뉴욕타임스는 예일대학교의 공식 발표를 보도하며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바인케 희귀 도서·사본 도서관의 고서 큐레이터 레이먼드 클레멘스(Raymond Clemens)는 "빈랜드 지도는 위작이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너무나 정밀한 그린란드 묘사가 의심을 낳다
이 양피지의 행적도 흥미롭다. 1957년경 뉴헤이븐(코네티컷주)의 골동품상이 유럽의 미상 출처로부터 이 지도를 입수했고, 이후 자선사업가이자 후원자였던 폴 멜런(Paul Mellon, 1907~1999)에게 팔렸으며, 1965년 멜런이 예일대에 기증했다. 당시 이 지도는 중세의 보물이자 바이킹의 북아메리카 최초 탐험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입수 초부터 지도학계 내부에서는 진위에 대한 의심이 제기됐다. 핵심 근거는 그린란드의 묘사가 시대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정밀하다는 점이었다.
티타늄이 밝혀낸 결정적 증거
이후 수년간 찬반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됐다. 그러나 예일대학교는 공식 성명을 통해 "새로운 과학 분석 결과, 잉크에서 티타늄 화합물의 높은 농도가 아주 명확하게 검출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티타늄 화합물(이산화티타늄)이 잉크 재료로 처음 사용된 시기가 무려 1920년대라는 점이다. 이는 1973년과 2004년에 수행됐던, 정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같은 방향의 기존 분석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특히 X선 형광 분석기(XRF)를 활용한 검사 덕분에 지도 전체에 걸쳐 위조 잉크가 사용됐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이번 결론은 빈랜드 지도를 아꼈던 이들에게 큰 실망으로 다가온다. 이 지도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등장 시기가 한몫했다. 지도가 시장에 나온 것은 뉴펀들랜드의 '랑스오메도스(L'Anse aux Meadows)' 유적 발굴 직후였는데, 이 유적은 콜럼버스 도착 수십 년 전 바이킹이 북아메리카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고고학적 증거였기 때문이다.
예일대는 그래도 여유 있게 대응하고 있다. 바인케 도서관 관장은 "이 지도는 계속 예일대 소장품으로 남을 것이며,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유물이자 국제적 파장을 낳은 위작의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관련 학술 논문은 곧 지도학 저널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이 위작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