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드넓게 펼쳐진 시베리아 초원에서 약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고분 두 곳이 발굴되었습니다. 러시아 일간지 시베리안 타임스(Siberian Times)가 2018년 발굴 성과를 최근에야 공개하면서 알려진 이 유적은, 노보시비르스크주 벵게롭스키 구의 습지대에 자리한 우스트-타르타스 II(Ust-Tartas II)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이곳은 이심(Ishim) 강 유역의 남서 시베리아를 무대로 활동했던 청동기 시대 오디노보(Odinovo) 문화 사람들이 남긴 대규모 공동묘지로 추정됩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뱌체슬라프 몰로딘(Vyacheslav Molodin) 교수가 학술적 지휘를 맡고 있는 이번 발굴은, 서구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동부 러시아 고대 사회의 실체를 밝히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감각을 돕기 위해 한 가지 짚어두자면, 오디노보 문화가 꽃필 무렵 이집트에서는 케프렌의 아들 미케리노스 파라오가 기자 고원의 세 대피라미드 가운데 마지막 것을 축조하고 있었습니다. 즉, 이번에 공개된 유물들은 세계 고대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시대의 산물인 셈입니다.

"서른 무덤을 분석했지만 이런 건 처음"

발굴을 맡은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민족학 연구소의 릴랴 코블레바(Lilya Kobeleva) 연구원은 언론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해 분석한 서른 개의 무덤 가운데, 이렇게 놀라운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강조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그중 한 유해가 무려 50개에 달하는 새 부리로 장식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 부리 50개, 목걸이인가 의식복인가

부리는 왜가리와 두루미 등에서 떼어낸 것으로, 조류 전문가들은 아직 어떤 종들이 섞여 있는지 하나씩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장식이 목걸이 형태였는지, 아니면 의복에 다는 장식이었는지도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혹시 갑옷의 흔적일까? 아니면 의식에 쓰인 복장일까?”라며 추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약 50개의 새 부리가 고인과 함께 매장되어 있었다. 시베리아에서는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발견이다.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민족학 연구소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실험실에서 새 부리의 종을 식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민족학 연구소

성인 남성과 두 아이, 그리고 청동 '안경'

'새사람(Birdman)'으로 불리게 된 이 무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흥미로운 매장이 확인되었습니다. 한 성인 남성의 유해 곁에는 5세와 10세로 추정되는 두 아이의 유해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해골 옆에 놓인 기묘한 물건 하나였습니다.

코블레바 연구원은 “두개골 근처에서 노출된 낯선 물건인데, 조사 결과 반구형 청동 날들을 이어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안경 한 쌍을 연상시키는 형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가면의 잔재인지, 머리 장식의 일부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나무껍질로 추정되는 유기물 조각들이 함께 수습되어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청동 재질의 '안경' 모양 유물과 갈아 닦은 반월형 돌이 출토된 또 다른 무덤.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민족학 연구소

발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해의 왼팔 근처와 허리 주변에서는 초승달 모양으로 갈고 닦은 다섯 개의 돌이 질서 있게 배치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같은 연구소의 선사학자 리디야 조트키나(Lidia Zotkina)는 “이런 패물은 알타이, 하카시아, 바이칼 호 일대의 청동기 시대 문화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형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초의 샤먼이었을까

과연 이들은 누구였을까요? 이들 선사시대 문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었을까요?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들이 인간의 세계와 정령·초자연의 세계를 잇는 중재자, 즉 오늘날 시베리아에서 '샤먼'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먼 조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발굴은 극북 지역의 여러 공동체가 지금까지 이어온 오래된 주술·점복 전통의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창이 되는 셈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새사람  무덤…4500년 전 샤먼의 흔적일까?

우스트-타르타스 II 유적지의 항공 사진.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민족학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