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DNA 기술 전문 기업 파라본 나노랩스(Parabon NanoLabs)가 사망 당시 나이 25세 전후였던 고대 이집트 남성 미라 세 명의 얼굴을 디지털로 복원해 공개했습니다.

2009년 3월 3일, 프랑스 툴루즈 조르주 라비 박물관에 전시된 이집트 미라.
2,000년 전 얼굴의 디지털 부활
수천 년 전 역사 속 인물들의 얼굴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법의 유전학 기업인 파라본 나노랩스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이 회사는 2021년 9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제32회 국제 인간 식별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Human Identification)에서 고대 이집트에 살았던 세 남성의 얼굴을 디지털로 재구성한 결과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표현형 분석으로 디지털 복원된 세 개의 얼굴. 출처: Parabon NanoLabs
DNA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파라본 나노랩스는 세 남성의 미라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 데이터를 통해 이번 복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사망 당시 나이는 25세 전후였으며, 카이로 남쪽 나일강 범람원에 위치했던 지금은 사라진 도시 아부시르 엘멜렉(Abusir el-Meleq)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이들 미라는 기원전 1380년경부터 서기 425년경 사이에 제작·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라에서 얻은 최초의 유전체 데이터
2017년 독일 튀빙겐 소재 막스 플랑크 인류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the Science of Human History) 연구진은 이 미라 유해에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할 만큼 잘 보존된 조직을 최초로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미라에서 확보된 세계 최초의 유전체 데이터였습니다. 파라본 나노랩스 연구진은 이 전례 없는 자료를 활용해 '법의학 DNA 표현형 분석(forensic DNA phenotyping)'을 수행했습니다. 이 기술은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얼굴 특징이나 신체 외모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회사 측은 이번이 이토록 오래된 인골 DNA로 진행된 최초의 종합적인 표현형 분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열지도(히트맵)를 통해 과학자들은 세부 묘사를 정교하게 다듬고 미라들 간의 특징 차이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출처: Parabon NanoLabs
'스냅샷' 기술의 원리
'스냅샷(Snapshot)'이라 불리는 표현형 분석 기법을 통해 연구진은 먼저 세 남성의 혈통, 피부색, 모발 질감, 그리고 각자의 얼굴 특징까지 파악했습니다. 이어 미라 머리 부위의 열화상 스캔 데이터로 3D 메시(mesh)를 생성하고, 이를 두개골 구조를 기반으로 얼굴 윤곽을 재현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냅샷 분석 결과와 3D 메시를 결합하여 2,000여 년 전 이집트에서 살았던 이들의 디지털 초상화를 완성했습니다.
과학수사의 조력자, 그리고 논란
이러한 DNA 복원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경찰의 기밀 수사 과정에서 유해로부터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여러 차례 활용된 바 있습니다. 다만 2019년에는 파라본 나노랩스가 폭행 사건 용의자 추적에 경찰을 도운 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용의자는 사용자들이 무료로 DNA 검사 결과를 공유해 오래 잃었던 친척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되는 웹사이트 GEDmatch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회사 측이 식별해낸 인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계보학자들과 개인정보 보호 단체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