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임즈버리 인근의 선사시대 유적 스톤헨지에서 고고학자 수잔 그리니(Susan Greaney)는 4,500년 전 이 태양 신전을 세우기 위해 모여든 수백 명의 사람들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당시 유럽이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상호 연결된 세계'였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2022년 1월 19일, 영국 에임즈버리 근교에 위치한 선사시대 유적 스톤헨지
광활한 평원 위로 해가 떠오르며 얼어붙은 새벽 공기를 데워올 무렵, 그리니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농부였습니다.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길렀죠. 그래서 일 년의 주기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깊이 뿌리내린 필수적인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스톤헨지에 "새로운 빛"을 비추다
그리니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140km 떨어진 이 유적을 관리하는 영국 기관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의 책임자로, 스톤헨지를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정렬된 신전"이라고 설명한다. 스톤헨지는 금속 도구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기둥과 상석(上石) 형태로 가공된 거석들이 두 개의 동심원을 이룬 흔적이다. 두 개의 주요 출입구는 하지인 6월 21일에는 한쪽 문을 통해 해가 떠오르고, 동지인 12월 21일에는 다른 쪽 문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다.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전설을 낳으며 신비로움을 더하는 이곳에서 고고학자들은 많은 돌이 250km 이상 떨어진 채석장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돌들은 신전 건축가들이 더 비옥한 땅을 찾아 이주하면서 운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영박물관 전시 '스톤헨지의 세계(The world of Stonehenge)'를 기획한 닐 윌킨(Neil Wilkin)은 이 돌들이 화장(火葬) 흔적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조상과 관련된 상징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2월 17일부터 7월 17일까지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를 통해 그는 스톤헨지에 대해 "새로운 빛을 비추고", 원시적인 동굴인에 대한 통념을 깨뜨려 정교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숙련된 건축가들의 모습을 부각하고자 한다.
멀리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1986년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스톤헨지는 노예의 강제 노동이 아니라 일종의 영적 순례 여정을 떠난 "자원봉사자들"이 세운 것이라고 수잔 그리니는 말한다. 그녀는 "메카 순례와 비슷하다고 상상합니다. 평생 한 번쯤, 사회의 문제와 신과의 관계를 풀고자 하는 공동체의 위대한 종교 사업에 1년간 기여했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2004년에는 3km 떨어진 더링턴 월스(Durrington Walls)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머물렀을 작은 집들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나뭇가지로 골조를 만들고 회반죽을 발라 마감한 이 집들에서 그들은 천연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추위를 막기 위해 풀을 채운 가죽 신발을 신고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당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상호 연결"되어 있던 유럽 대륙과 이 민족들의 연결고리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농경을 시작하려는 아이디어 자체가 대륙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윌킨은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동한 유물들을 통해 그 이동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톤헨지에서 1,300km 떨어진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채굴되어 6,000년 전 이 지역에 도달한 녹색 비취(翡翠) 도끼날이다. 이 유물은 지중해산 붉은 유리 구슬 등 현지 선사시대의 다른 증거들과 함께 윌트셔 박물관(Wiltshire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윌킨은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장거리 연결망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한 기회"
스톤헨지를 폭넓은 맥락에서 조명하기 위해 대영박물관은 35개 컬렉션에서 대여한 430점의 유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에 참여한 인근 솔즈베리 박물관의 관장 애드리언 그린(Adrian Green)은 "이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잉글랜드 남서부 이 일대는 신석기 시대 기념물로 가득하다. 통나무로 만든 원형 구조물의 흔적인 우드헨지(Woodhenge), 다섯 개의 석실 묘를 갖춘 웨스트 케네트 롱배로우(West Kennet Long Barrow), 그리고 스톤헨지보다 세 배나 크고 최대 100톤에 달하는 돌과 9m 깊이의 해자를 자랑하는 에이브버리 스톤 서클(Avebury Stone Circle)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전시가 만들어낸 언론의 주목을 발판 삼아 방문객을 다시 끌어모으기를 기대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100만 명이 스톤헨지를 찾았다. 건설된 지 100년 후 원래의 용도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으며, 오늘날에도 매년 겨울·여름 지점(至點)마다 수천 명이 이곳에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