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영상] 유전자 오디세이: DNA가 풀어낸 700만 년 인류 역사

베스트셀러이자 2021년 파리-사클레(Paris-Saclay) 도시권이 S[cube] 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과학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 유전학자 에블린 하예르(Evelyne Heyer)의 『유전자 오디세이(The Odyssey of Genes)』. 이를 맞아 Sciences et Avenir는 DNA 덕분에 700만 년에 걸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그녀의 놀라운 서사시를 영상으로 다시 소개합니다.

[영상] 유전자 오디세이: DNA가 풀어낸 700만 년 인류 역사

눈 내리는 절벽 위 바위에 앉아 지평선을 굽어보는 네안데르탈인. 알레산드로 로나티(Alessandro Lonati) 삽화

피 속에 담긴 민족의 역사

"제 연구 여정은 파리의 사무실에서 출발해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까지 이어졌습니다." 파리 인간박물관(Musée de l'Homme)의 유전학자 에블린 하예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백 년 전에는 향신료나 귀금속이 사람들을 미지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제 향신료는 바로 우리 혈관에 흐르는 피입니다." 침 한 방울도 마찬가지겠지요.

연구자는 매우 다양한 인류 집단으로부터 수천 건의 샘플을 수집해 DNA를 추출했고, 이를 통해 민족의 역사, 대규모 이동, 혼혈의 흔적을 재구성해 왔습니다. 이 책은 곧 하나의 시간여행 장치입니다.

컴퓨터 과학과 유전공학 증폭 기술의 발전 덕분에 하예르는 현대인의 DNA는 물론 먼 옛 조상들의 DNA마저 '말하게' 만듭니다. 개개인의 계보를 추적하고, 그들이 지닌 유전자를 식별하고 비교하는 것이죠. 그녀의 오디세이는 독자를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곁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최초 농경민 곁으로, 어쩌면 인구어족의 기원일지도 모르는 유라시아 스텝의 신비로운 민족 곁으로 안내합니다. 오늘날 중국인과 몽골인의 약 10%가 후손이라 알려진 징기스칸, '왕의 딸들'에게서 갈라져 나온 현대 퀘벡인,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출신 지역이 밝혀진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예들의 이야기까지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책은 아찔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지구 75억 명이 어떻게 아프리카의 소수 선사시대 집단에서 비롯된 후손일 수 있을까? 원숭이와 우리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일까? 왜 특정 유전질환은 퀘벡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날까? 그리고 바스크인들은 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걸까? 스릴 넘치는 지식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었나?

네안데르탈인이 왜 사라졌는지는 오랜 미스터리였지만, 고대 DNA 연구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놈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오랫동안 작은 집단으로 살아왔으며, 근친교배와 낮은 유전적 다양성이 개체군의 회복력을 약화시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이 겹치면서 멸종의 운명이 다가온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흥미로운 사실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아프리카계가 아닌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게놈의 1~2%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으며, 멜라네시아인 등 오세아니아 주민들은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상당량 지니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면역 반응, 고산 환경 적응,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소 등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아시아 사람들은 징기스칸의 후손인가?

"유라시아 북부 전역에서 아버지에서 아들로 전달되며 우리 종의 부계 역사를 보여주는 Y 염색체 분석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 전체에서 아주 흔하고 아주 최근에 생긴 변이가 발견됐습니다." 하예르는 이 변이가 유명한 정복자 징기스칸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합니다.

실제로 '스타형 클러스터(star cluster)'라 불리는 Y 염색체 계통은 구 몽골 제국 영역의 남성 약 8%에서 나타나며, 학자들은 오늘날 약 1,600만 명의 남성이 이 계통의 후손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징기스칸과 그의 아들들이 남긴 광대한 혈통이 과학으로 입증된 셈입니다.

현대 DNA가 말해주는 이주민과 정착민의 역사

고대 DNA와 현대 DNA의 분석은 우리 역사의 근본적인 전환점, 즉 인류가 유목 생활을 벗어나 정착하고 가축을 기르며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신석기 혁명을 조명합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에도 삶의 조건이 험악해지면 사람들이 다시 길 위에 나서는, 일종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가 유럽을 세웠는가?

유럽인의 게놈은 크게 세 갈래 조상 집단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럽 토착 수렵채집인, 아나톨리아(오늘날 튀르키예)에서 이주해 온 초기 농경민, 그리고 약 5,000년 전 동유럽 스텝 지대에서 진입한 목축민(얌나야 문화)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세 집단이 섞이고 섞이며 오늘날 유럽의 유전적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유럽의 확장은 수백만 명의 운명을 바꾸다…

근세 이후 유럽의 팽창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대륙에 걸쳐 수백만 명의 이동과 강제 이주를 낳았습니다. 식민지 개척, 노예 무역, 대규모 이민의 흔적은 오늘날 퀘벡인, 라틴아메리카 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DNA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유전자는 잊지 않는 역사의 기록인 셈입니다.


에블린 하예르(Evelyne Heyer) with 자비에 뮐러(Xavier Müller), 플라마리옹(Flammarion), 400쪽, 21.9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