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검은 아그네스: 잉글랜드 대군에 맞서 던바 성을 지켜낸 스코틀랜드의 여걸

'검은 아그네스(Black Agnes)'라 불린 던바의 아그네스(Agnes of Dunbar)는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검은 빛깔에서 붙은 별명을 가진 스코틀랜드 백작부인으로, 잉글랜드군의 포위 공격에 맞서 던바 성을 끝까지 사수한 영웅으로 기억됩니다.

스코틀랜드 독립전쟁 속에서 자란 소녀

아그네스는 14세기 초 스코틀랜드 북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이자벨 스튜어트(Isabel Stewart)와 모레이 백작이자 스코틀랜드의 명장인 토머스 랜돌프(Thomas Randolph)의 딸입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녀가 태어난 시기는 제1차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때였고, 아버지 랜돌프는 결정적인 전투들에서 군대를 지휘하며 명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1320년경, 아그네스는 스코틀랜드 남동부를 다스리던 던바이마치 백작 패트릭 5세(Patrick V, Earl of Dunbar and March)와 결혼했습니다. 1329년 로버트 1세(Robert I) 국왕이 서거하자 아그네스의 아버지는 섭정으로 임명되었고, 3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국왕의 죽음 이후 왕위 계승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잉글랜드의 지원을 받은 에드워드 발리올(Edward Balliol)이 1332년부터 1336년까지 스코틀랜드 왕위에 올라 다비드 2세(David II)와 대립했고, 남편 패트릭 역시 이 전투들에 참여했습니다.

던바 성 포위전

검은 아그네스: 잉글랜드 대군에 맞서 던바 성을 지켜낸 스코틀랜드의 여걸

1338년 1월, 남편이 전쟁터에 있는 틈을 타 잉글랜드 국왕에게 충성하는 솔즈베리 백작 윌리엄 몬태규(William Montagu)가 아그네스와 시종들, 소수의 경비병만 머무르던 던바 성을 포위했습니다. 요새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결심한 아그네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스코틀랜드 왕에게서 내 집을 얻었노라. 나는 그에게 식량과 세금을 바친다. 그리고 나는 내 좋은 오래된 집을 지킬 것이니, 내 집이 나를 지켜주는 한."
(스코틀랜드 왕에게서 집을 얻었고, 식량과 세금을 바치노니. 나는 내 집을 지킬 것이며, 내 집도 나를 지켜줄 것이다)

윌리엄 몬태규는 공성 무기와 투석기를 동원해 성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지만, 아그네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적이 성벽을 향해 돌덩이를 쏟아붓자 아그네스는 시녀 하나를 보내어 스카프로 성벽의 먼지를 털게 했다고 합니다. 또한 몬태규가 성 안으로 침입하기 위해 만든 공성탑도 파괴해 버렸습니다.

무력으로 요새를 함락하지 못하자 솔즈베리 백작은 성문을 열어줄 경비병에게 뇌물을 주려 했습니다. 그 경비병은 돈을 받았지만, 곧바로 아그네스에게 음모를 알렸습니다. 결국 윌리엄 몬태규가 성에 들어섰을 때, 백작부인은 이미 그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솔즈베리 백작은 마지막으로 요새를 고립시키고 보급로를 차단해 아그네스를 굶겨 항복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동맹군의 개입으로 잉글랜드군은 진영으로 밀려났고, 새로운 계략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결국 5개월간의 헛된 시도 끝에 6월, 윌리엄 몬태규는 패배를 인정하고 포위를 풀었습니다.

잉글랜드 귀족의 대군에 맞서 버틴 이 스코틀랜드 백작부인의 이야기는 용기와 인내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이 승리를 노래한 발라드에는 솔즈베리 백작의 탄식이 담겨 있습니다.

"일찍 왔든 늦게 왔든, 문 앞에는 언제나 아그네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