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로잘리 보뇌르(Marie Rosalie Bonheur), 즉 로사 보뇌르(Rosa Bonheur, 1822~1899)는 동물 그림을 전문으로 한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입니다. 짧은 머리와 남성적인 복장을 고수하며 당대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녀는, 여성 예술가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상하며 미술사에 확실한 이름을 남겼습니다.
살롱에서 시작된 예술 인생
1822년 3월 16일 보르도에서 태어난 마리 로잘리는 소피 마르키(Sophie Marquis)와 화가 레몽 보뇌르(Raymond Bonheur)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오귀스트(Auguste), 줄리에트(Juliette), 이자도라(Isadora), 로사 등 네 자녀 모두에게 예술의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로사는 지롱드 지방의 그리몽 성(Château Grimont)에서 시골의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의 일부를 보냈는데, 이 시기의 경험이 훗날 그녀의 동물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말괄량이'라 불릴 정도로 활달했던 그녀는 단발머리를 고수했고,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는 관습에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1837년, 로사는 당시 12세였던 나탈리 미카(Nathalie Micas)를 만났습니다. 나탈리 역시 훗날 화가가 되었으며, 18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로사와 함께 살았습니다. 다만 로사 본인은 평생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세간의 추측은 부인해 왔습니다.
아버지 밑에서 미술을 배운 로사는 1841년 살롱 회화·조각전에 처음으로 작품을 출품했고, 이후 몇 년간 꾸준히 참여하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사실주의 화가로서 동물 묘사에 특화된 그녀는 1845년 3등급 메달을 수상했고, 25세였던 1848년에는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1853년이었습니다. 살롱에 출품한 걸작 <말 시장>(Horse Market)이 국제적인 호평을 받으면서 그녀는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1855년에는 심사위원의 사전 심사 없이 살롱에 자유롭게 출품할 수 있는 특권까지 얻게 됩니다.
여성 최초의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1860년, 로사 보뇌르는 센에마른(Seine-et-Marne) 지방으로 이주하여 자신만의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늘 곁에 두었던 동물들을 위한 공간도 함께 조성했습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1865년, 그녀는 여성 예술가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Chevalier) 훈장을 받았으며, 황후 외제니(Empress Eugénie)의 손에서 직접 이 영예를 안았습니다. 나아가 1894년에는 여성 최초로 한 단계 높은 오피시에(Officier) 등급에 올랐습니다.
1889년에는 오랜 동반자였던 나탈리 미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같은 해 가을, 로사는 미국인 화가 애나 클럼프키(Anna Klumpke)를 만나 그녀가 곁에서 함께 지내도록 했고, 훗날 자신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지정했습니다. 1899년, 로사 보뇌르는 폐울혈로 인해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