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약학자이자 화학자인 투유유(1930년생)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는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의학 연구자를 꿈꾸다
투유유는 1930년 12월 30일 중국 동부 해안 도시 닝보에서 태어났습니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와 은행에 근무하던 아버지 사이에서 네 형제와 함께 자란 그녀는, 자녀 교육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가정환경 덕분에 지역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훗날 남편이 되는 리팅자오(Li Tingzhao)를 만나 두 딸을 낳았습니다.
열여섯 살 무렵, 그녀는 결핵에 걸려 2년간 학업을 중단하고 집에서 요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고단한 경험은 오히려 그녀에게 의학 연구의 길을 걷겠다는 확고한 소명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만약 내가 배워서 의학적 기술을 익힐 수 있다면,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환자들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중국 의학과의 만남
고등학교를 졸업한 투유유는 베이징대학교 약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녀는 서양 약리학은 물론 약용 식물 연구, 식물화학, 식물 속 유효 성분 추출 기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약 과학을 익혔습니다.
1955년 졸업 후 그녀는 신설된 중의연구원(전통 중국 의학 아카데미) 산하 중약연구소에 배치되었습니다. 첫 연구 과제는 기생충 질환 치료에 쓰이는 전통 약재 반지련(Lobelia chinensis)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1959년부터 1962년까지 전통 중국 의학 교육 과정을 이수했는데, 당시 중국 의학과 서양 의학을 함께 배우는 의사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기술은 훗날 그녀의 연구에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약재 가공법은 수천 년에 걸친 중국 전통 의학의 실천 경험에서 발전하고 정리된 것으로, 가공을 통해 약재의 성질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이러한 가공 지식을 과학적 설명과 결합한 것은 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
베트남 전쟁 중 말라리아가 창궐하면서 북베트남군은 전투보다 병마에 더 많은 병력을 잃었습니다. 호치민은 저우언라이 중화인민공화국 총리에게 해결책을 요청했고, 당시 중국 남부 여러 성 역시 말라리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마오쩌둥은 치료법 개발을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지시했고, 1967년 5월 23일 시작된 이 계획은 ‘523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1969년, 투유유는 중약연구소의 523 프로젝트 책임자로 임명됩니다. 이 새로운 역할은 그녀에게 큰 영광이었지만, 촉박한 일정과 거대한 과제만큼이나 막중한 압박과 개인적 희생을 안겼습니다.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그녀는 수년간 가족 곁을 떠나 있어야 했고, 남편 역시 부재중이었기에 막내딸은 부모님께, 큰딸은 기숙사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라리아 환자 연구를 위해 하이난에 파견된 그녀는 전통 한방 처방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로 합니다. 그녀는 고문헌을 샅샅이 뒤지고 전국의 전통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사용하는 처방을 목록화해 하나씩 실험했습니다. 1971년까지 그녀의 팀은 이미 2,000여 개의 전통 처방을 검토하고 380종의 식물 추출물을 시험했습니다.
그중 일년초 쑥인 Artemisia annua(황화호)가 주목할 만한 효과를 보였는데, 결정적인 열쇠는 4세기 학자 갈홍(Ge Hong)의 저작에서 가져온 저온 추출법이었습니다. 1972년 그녀의 팀은 마침내 유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순수하게 분리·추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첫 번째 인체 시험 대상이 되기를 자청했습니다. “이 연구 그룹의 책임자로서, 그것은 나의 책임이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습니다. 시험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아르테미시닌은 오늘날 매년 약 5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투유유와 그녀의 팀의 발견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경력과 영예
그녀의 연구 성과는 ‘국가발명상’과 ‘국가 과학기술 10대 발견상’으로 이어졌으며, 1984년에는 ‘특출과학자’ 칭호를 받았습니다. 중국 최고 학술 등급에 오른 그녀는 베이징 중국중의과학원 연구원 겸 아르테미시닌 연구개발센터 소장을 맡았습니다.
2011년에는 앨버트 래스커 임상의학연구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과학자로서의 위상을 확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