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그리고리 라스푸틴(1869~1916), 로마노프 왕가를 지배한 '광신도'

그리고리 라스푸틴(1869~1916), 로마노프 왕가를 지배한  광신도

라스푸틴 (사진: 퍼블릭 도메인)

그리고리 라스푸틴

정교회 수도승을 자칭한 러시아 농민이자, 로마노프 왕가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았던 인물.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은 아마도 1869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생애의 각 시기마다 서로 다른 출생 연도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젊은 시절 고향 마을에서 그는 이미 술주정뱅이이자 바람둥이, 심지어 도둑이라는 나쁜 평판을 얻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혼하여 네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이들 중 한 명의 죽음이 그의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영성을 찾아 떠난 방랑의 길

영적 지도를 구하고자 그는 여러 수도원과 은수처를 두루 찾아다녔고, 결국 스스로 수도승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서원도 한 적이 없었다. 1893년에는 정교회의 중심지인 그리스 아토스 산의 수도원으로 향해 현지 수도승들에게 신학을 배웠으나, 거의 문맹에 가까웠던 그는 성경조차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로 돌아온 뒤 그는 악령 퇴치자, 천리안, 치유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황실을 사로잡힌 '치유사'

1905년, 황후 알렉산드라는 라스푸틴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다. 황후의 외아들이자 황위 계승자인 알렉세이 황태자가 난치병인 혈우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의 출혈을 여러 차례 멎게 하는 데 성공한 카리스마 넘치는 이 수도승은 빠르게 황실의 깊은 신임을 얻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는 전쟁 참여가 치명적인 실수이며, 러시아가 패배할 경우 로마노프 왕조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황후 알렉산드라는 라스푸틴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로 인해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잔혹한 최후

라스푸틴의 막강한 권력에 위기를 느낀 러시아 군주주의자들은 그를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살해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먼저 독약을 먹였고, 이어 총으로 쏜 뒤 두 발을 추가로 발사했으며, 확실히 하기 위해 몽둥이로 머리를 내려쳐 부수었다. 결국 시신은 네바강에 던져졌다. 이렇게 라스푸틴은 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죽음이 왕조를 구하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마노프 왕조는 그가 예언했던 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