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숫자 0은 기원전 20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이 처음 사용했으며, 이후 마야 문명과 인도에서도 독자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숫자 체계에 통합하여 10세기경 유럽 전역으로 널리 퍼뜨린 주역은 아랍인들이었습니다. 수학에 없어서는 안 될 이 특별한 숫자는 신비로운 차원까지 확장되는데, 과연 제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숫자 0의 유래
현대 계산법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인 제로(0)는 사실 다른 숫자들보다 훨씬 늦게 등장했습니다. 단 세 문명만이 서로 독립적으로 0을 발명했습니다. 바빌로니아인이 기원전 2000년경 최초로 사용한 데 이어, 3세기에는 마야 문명, 그리고 5세기 무렵에는 인도에서 각각 등장했습니다. 이 세 문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빈자리'를 표시하지 않으면 계산할 수 없는 위치 기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천문학에서 0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는 하늘의 둥근 천창(天窓)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0을 하나의 숫자로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던 사람들은 바로 인도의 수학자들이었습니다.
형태와 보급
0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둥근 모양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야인들은 호가 새겨진 타원형 기호를 사용했고, 인도인들은 점과 원을 번갈아 가며 표기했습니다. 이 가운데 원형 기호는 10세기경 다른 숫자들과 함께 유럽에 전해진 아랍인들이 채택한 것입니다.
0을 포함한 인도식 십진법을 도입하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기본 산술 연산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오랫동안 인도 아대륙 안에만 머물러 있던 이 강력한 계산 도구는, 특히 12세기부터 유럽에서 아랍식 계산법이 보급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갖추게 되었고, 수학의 역사에 일대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공허하면서도 무한한 수
숫자 0은 물론 '부재'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기준점으로도 활용됩니다. 기하학의 원점이나 물의 어는점(0℃)처럼 말이죠. 사실 20세기에 들어서야 0은 비로소 하나의 수(number)로서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럼에도 0은 매우 독특한 성질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수와도 서로 반대 관계를 이루는 유일한 수이며, 덧셈에서는 중립적인 존재이지만 곱셈에서는 다른 수를 '흡수'해 버립니다.
가장 흥미로운 영역은 나눗셈입니다. 처음에는 무의미하다 여겨져 허용되지 않았던 '0으로 나누기'는 현대 수학에서 무한대에 도달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이죠! 모든 것과 동시에 무(無)를 상징하는 제로는 에너지로 가득한 태양이며, 때로는 신성(神性)의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더 읽어볼 자료
- 미카엘 로네(Mickaël Launay), 『위대한 수학 소설: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 두노(Dunod), 2016.
- 아미 다앙-달메디코(Amy Dahan-Dalmédico), 『수학의 역사: 길과 미로』, 포앵 사이언스(Point Sciences),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