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랑제브 시대의 건축
아우랑제브는 독실한 수니파 무슬림으로, 회화·음악·건축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아버지 샤 자한과 형제들의 취향을 이슬람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했다. 그 결과 그의 치세(1658~1707) 동안 무굴 건축은 화려함보다 검소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비비 카 마크바라(Bibi Ka Maqbara) – ‘데칸의 타지마할’
마하라슈트라 주 아우랑가바드 인근에 위치한 이 묘는 아우랑제브의 왕비 라비아 우드 두라니(딜라스 바노 베굼)를 위해 건립되었다. 타지마할을 모방하려 했으나, 미나렛(첨탑)의 비례가 맞지 않아 전체적 조화가 깨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돔은 백색 대리석이나, 나머지 구조물은 흰색 회반죽으로 마감된 소박한 건물이다.
모티 마스지드(Moti Masjid, 델리 레드 포트 내)
아우랑제브가 델리 레드 포트 안에 세운 이 모스크는 ‘진주 모스크’라는 이름답게 고급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며, 그의 검소한 미학을 잘 보여준다.
바드샤히 마스지드(Badshahi Masjid, 라호르)
인도 아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회중 모스크로, 샤 자한의 델리 자마 마스지드를 모델로 했으나 규모를 더 키웠다. 본관과 미나렛은 붉은 사암, 돔과 미나렛 꼭대기의 포탑은 백색 대리석으로 조성되었으며, 벵골식 원형 지붕과 부풀어 오른 돔이 특징이다.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마지막 대규모 회중 모스크라는 의의를 지닌다.
기타 아우랑제브 연관 건축물
- 제나트 알 마스지드(Zeenat-al-Masjid, 1707): 아우랑제브의 차녀 제나트 운니사가 델리 샤자하나바드의 카이라티 문 근처에 건립. ‘미니 자마 마스지드’라 불린다.
- 로샤나라 베굼 묘(1671): 샤 자한의 딸 로샤나라의 묘로, 주변에 대정원이 조성되었으며 일부가 현재까지 남아 있다.
- 알람기리 다와자(Alamgiri Darwaza, 1673): 라호르 성의 정문으로 아우랑제브 치세에 완성.
- 핀조르 가든(Pinjore Garden): 아우랑제브의 매부 무자파르 후사인이 찬디가르 인근에 조성. 스리나가르의 샬리마르 바그 양식을 본떠 7단 테라스식으로 꾸몄다. 정문은 최상단 테라스로 연결되며, 라자스탄-무굴 양식의 시시 마할(Sheesh Mahal, 유리 궁전)과 아치형 문이 있는 랑 마할(Rang Mahal)이 자리한다.
아우랑제브 사후 무굴 건축의 쇠퇴와 지역화
1707년 아우랑제브 사후, 중앙 권력이 약화되면서 건축 후원은 무굴 황실에서 아와드 나왑 등 지방 통치자들에게 넘어갔다. 그 결과 건축 양식도 지역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되었다. 18세기 후반의 건축물들에 대해 아시르딜랄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무굴 건축 설계의 공허함과 파산을 반영한다”고 혹평했다.
사프다르 jung 묘(1753~54, 델리)
와지르 사프다르 jung과 그의 부인을 안치한 이 묘는 후마윤 묘의 설계를 계승했으나, 수직 비율이 과도하게 강조된 점이 특징이다. 중앙의 대형 백색 대리석 돔과 붉은 사암 본체, 네 개의 팔각 미나렛, 네 갈래 수로와 모티 마할·정글 마할·바드샤 파산드 같은 별채가 배치되어 있다. 결점에도 불구하고 ‘무굴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자파르 마할(Zafar Mahal, 메라울리, 남델리)
무굴 시대의 마지막 역사적 건축물로, 내부 구조는 악바르 2세가, 외부와 정문은 바하두르 샤 2세(자파르)가 지었다. 백색 대리석과 붉은 사암으로 된 3층 건물의 정문은 높이 50피트(약 15m)에 달하며, 벵골식 곡선 돔과 작은 자로카(돌출 발코니), 아치 위 양쪽에 석조 연꽃 장식이 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 절충주의와 근대의 여명
1911년 영국이 수도를 캘커타에서 뉴델리로 옮기면서, 유럽·인도·이슬람 양식이 혼합된 기념비적 관청·교회·묘지 건축이 대거 들어섰다. 대표작으로는 캘커타 빅토리아 메모리얼, 봄베이 처치게이트 역, 델리 총독 관저(현 라슈트라파티 바반), 의사당, 봄베이 인도 문, 델리 인도 게이트 등이 있다.
사원 건축의 새로운 전개
20세기 들어 힌두 사원 건축도 근대적 재해석을 거쳤다. 델리 락슈미나라얀 사원(비를라 만디르), 바라나시 힌두 대학 건물군, 카시 비슈와나트 사원, 바라트 마타 사원 등이 대표적이다.
불교 건축의 부활과 종합적 변모
쿠시나가르의 니르바나 비하르, 붓다 사원, 정부 휴게소 등을 통해 불교 건축이 되살아났으며, 델리 락슈미나라얀 사원 경내에도 불전이 병설되었다. 이 시기 왕궁·학교 건축까지 가세하면서, 힌두·자이나·불교·이슬람·기독교 양식이 융합되어 인도 건축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