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하발리푸람의 코로만델 해안에는 일곱 개의 사원과 고대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다. 인류의 조형 능력이 도달한 경지에서 이들이 지닌 특별한 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히렌(Hiren) 교수
남인도의 지리적 구분과 사원 건축의 시작
일반적으로 나르마다강 이남의 땅을 남인도라고 부른다. 다만 지리적 기준에 따라 남인도는 다시 두 지역으로 나뉜다. 나르마다강과 크리슈나강 사이의 지역을 '닥시나파타(Dakshina-patha)'라 하고, 크리슈나강과 퉁가바드라강 이남의 반도 전역을 '극남(極南)'이라 부른다.
굽타 시대까지 남인도에서도 수많은 사원이 세워졌지만, 남방 사원 예술의 본격적인 발전은 굽타 제국 멸망 이후, 즉 서기 6세기부터 시작되었다. 굽타 세력의 쇠퇴 이후 닥시나파타 지역에서는 찰루키아 왕조와 라슈트라쿠타 왕조가 강대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같은 시기 극남 지역에서는 팔라바, 촐라, 판디아, 체라 등 강력한 왕국들이 건립되었다. 이들 국가에서 사원 건축은 꾸준히 발전했으며, 그 전통은 중세 시대까지 이어졌다.
북인도와 남인도 사원 양식의 차이
남인도의 사원 건축은 북인도의 건축과 뚜렷한 양식적 차이를 보인다. 북인도의 사원 양식을 '아리아 양식' 또는 '나가라 양식'이라 부르며, 남인도의 사원 양식은 '드라비다 양식'이라 한다. 이 두 양식이 혼합된 형태는 '베사라 양식'으로 불린다.
이러한 양식들은 지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탄생했지만, 그 경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북인도에서도 드라비다 양식의 사원이 발견되고, 남인도에서도 나가라 양식의 사원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예로 브린다반의 거대한 바이슈나바 사원은 드라비다 양식이다. 베사라 양식 역시 자신의 영역을 넘어 남인도까지 전파되었다.
베사라(Vesara) 양식
베사라 양식의 사원은 칸나다 지역에서는 찰루키아 왕들이, 마이소르 지방에서는 호이살라 왕들이 주로 건설했다. 흥미롭게도 이 양식의 건축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간의 종교적 구분이 뚜렷하지 않으며, 사원 건축 규범이 특정 종교에만 매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부 건축사학자들은 베사라 양식을 '후기 찰루키아 양식'이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 이것은 초기 찰루키아 사원의 양식이자 동시에 호이살라 사원의 양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찰루키아 양식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이 양식의 발전에는 호이살라 왕조가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베사라 양식의 최고 걸작으로는 마이소르 왕국의 할레비드와 벨루르에 남아 있는 사원들을 꼽을 수 있다.
드라비다(Dravida) 양식
초기 드라비다 사원의 기본 구성
드라비다 양식 사원은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지며, 가르바그리하(본전)와 만다파(예배당)가 나란히 배치된다. 남인도 사원 대부분이 시바 신앙에 속하기 때문에, 본 만다파 앞에는 난디 만다파를 두고 그 안에 본전을 향한 좌상 형태의 난디(신성한 황소)상을 안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평면 배치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 드라비다 양식 사원은 다음의 다섯 요소로 구성된다.
- 가르바그리하(本殿)
- 만다파(예배당)
- 난디 만다파
- 프라카라(경내 담장·회랑)
- 고푸람(입구 문루)
후기 드라비다 사원의 변화와 '사원 도시'
후기 드라비다 양식 사원에서는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사원은 훨씬 넓은 부지 위에 건립되었고, 동서남북 네 방향의 정중앙에 각각 문이 설치되었다. 가장 바깥쪽 입구의 고푸람은 웅장하고 높게 지어졌으며, 그에 비해 중심에 있는 본래의 비마나(첨탑)는 오히려 작게 보일 정도였다. 거대한 경내에는 여러 종류의 건물과 학교, 시장 등이 들어섰다.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드라비다 양식의 거대 사원들을 '사원 도시(Mandir-Nagar)'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비마나(첨탑)의 구조
드라비다 양식 사원은 본전 위에 세운 거대한 피라미드형 첨탑 덕분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옆면에서 높이 방향으로 보면 다섯 부분으로 구분된다. 가장 아래에는 높은 아디슈타나(기단 또는 자가티)가 놓이고, 그 위에 가르바그리하와 만다파가 세워진다. 정방형 본전의 벽체는 기단 위로 솟아 오른다.
벽의 수직 부분을 '장하(jangha)'라 하는데, 이는 하부에서 세 구획으로 나뉘며 각 벽면에는 감실을 내어 신들의 조상(彫像)을 안치한다. 본전 벽체의 꼭대기에서부터 피라미드형 첨탑이 솟기 시작하는데, 이 첨탑은 여러 층의 면을 쌓아 올려 점점 높아지면서 계속 좁아지는 형태를 이룬다.
피라미드형 구조에서는 각 층이 밑면보다 축소된다. 비마나의 각 층은 네 면 모두 미니어처 비마나 열로 장식되는데, 모서리에는 정방형인 '쿠타(kuta)'가 배치되고 그 사이를 직사각형인 '살라(sala)'가 연결하는 방식이다. 각 층에 이어진 미니어처 장식의 줄은 마치 허리띠처럼 보이며, 이를 '메칼라(mekhala)'라 한다. 첨탑 정상부에서는 그리바(목부) 위에 '드라비다' 또는 '스투피(stupi)'라 불리는 거대한 돌이 얹히고, 그 위에 칼라샤(물병 장식)가 놓인다. 이렇듯 본전 꼭대기에 세워진 첨탑은 원거리에서도 선명하게 식별된다.
본전 앞에는 기둥으로 받친 개방형 또는 폐쇄형 정자(만다파)가 평평한 지붕과 함께 세워진다. 본 만다파 앞에 세워진 난디 만다파 역시 기둥에 의지한 개방형 평지붕 구조다. 결국 드라비다 양식 사원의 비마나는 아래에서 위로 (1) 아디슈타나(기단), (2) 장하(벽체), (3) 다층의 시카라(첨탑), (4) 스투피, (5) 칼라샤의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고푸람(Gopuram)의 부상
후기에 들어서면서 고푸람은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받았다. 고푸람은 사원 경내의 정문 역할을 하며, 종종 본전의 첨탑을 가릴 만큼 높이 솟아 있다. 직사각형 평면 위에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이 건축물의 정상은 코끼리의 등처럼 곡선을 그린다. 꼭대기에는 3개에서 11개의 칼라샤(항아리 장식)가 얹힌다. 아랫부분에는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다. 고푸람의 아름다움은 각 층을 빼곡히 장식한 수많은 조각 작품에서 드러난다. 특히 마두라이의 므나크시(메낙시) 사원의 고푸람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