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드레스, 지옥에서 온 장난감, 무덤으로 곧장 이어지는 스타킹. 19세기의 '녹색'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색이었습니다.
제인 오스틴 소설 속 한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숨이 넘어갈 듯(그야말로 문자 그대로입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홀연히 쓰러지고, 잘생긴 총각이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미녀들이 실신한 이유는 꽉 조인 코르셋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비소(砒素)가 배어 있는 드레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드레스
당시 드레스 염료로 가장 인기 있던 두 가지 색조는 '셸레 그린(Scheele's Green)'과 '파리 그린(Paris Green)'이었습니다. 1890년 작성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옷장에 보관된 물품의 약 20%에서 이 성분이 대량으로 검출되었습니다. 발표용 녹색 머슬린 원단 샘플을 분석한 결과, 제곱미터당 4g이 넘는 셸레 그린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무섭지 않게 들리시나요? 무서워야 마땅합니다. 셸레 그린은 다름 아닌 비소를 기반으로 만든 독극물이었으니까요.

녹색은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음은 그녀의 아이들의 차례입니다…
중독 증상은 10mg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사람 하나를 죽이는 데는 약 70mg이면 충분합니다. 19세기의 숙녀들이 파리처럼 줄줄이 쓰러지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빅토리아 시대의 드레스가 수 미터에 달하는 원단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아래에는 여러 겹의 속옷과 코르셋까지 겹쳐 입고 있었으니, 비소가 피부에 직접 닿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이 든 장난감

살인적인 빅토리아 패션. 셋 중 누가 가장 먼저 죽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드레스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스타킹이었습니다. 스타킹에는 드레스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소가 함유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피부에 직접 닿는 상태로 착용했기 때문에 훨씬 치명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스타킹은 종이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문자 그대로 독에 잠겨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살인적인 염료는 의류 산업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 장난감에도 칠해졌고, 벽지에도 사용되었습니다(나폴레옹은 유배 생활 중 방을 녹색으로 칠할 것을 명령했는데, 연구자들은 이것이 그가 위암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촛농에까지 쓰였습니다. 사람들이 병들어 고통받았던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치명적인 만찬회
1850년대 런던에서 아일랜드 연대가 개최한 만찬회에서는 식탁 장식으로 셸레 그린에 물들인 설탕 잎이 사용되었습니다. 많은 하객들이 이 장식을 집으로 가져가 자녀에게 주었고, 아이들은 그것을 먹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1860년에는 한 파티에서 요리사가 아름다운 녹색 요리를 선보이고자 염료를 주문했는데, 그에게 전달된 것은 하필 셸레 그린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부 하객들에게 그 만찬은 인생 최후의 만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1861년, 셸레 그린을 다루며 일하던 꽃 장식공 마틸다 슈어러(Matilda Scheurer)의 죽음은 런던의 모든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그녀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정신병원의 모든 간호사들과 공과대학 학생들은 녹색 커튼과 머슬린 장식 천으로 인해 병을 앓았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1년 넘게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이 글은 『비소의 세기(The Arsenic Century):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어떻게 집과 직장, 그리고 놀이 속에서 독살당했는가』(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2010) 등의 저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비소 염료의 독성에 대한 경고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녹색과 죽음의 연관성이 밝혀지자 세계의 미의 기준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20세기 전반에는 녹색 드레스가 극도로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만 좇는 사업가들은 여전히 넘쳐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비소 페인트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었으니까요. 거실에 생기 넘치는 봄빛을 입히기에 완벽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참고 문헌
- Bales Kortsch, C., 『후기 빅토리아 여성 소설 속 의상 문화: 문해력, 직물, 그리고 활동주의(Dress Culture in Late Victorian Women's Fiction: Literacy, Textiles, and Activism)』, Ashgate Publishing Limited, 2009.
- Chrisp, P., 『패션과 의상의 역사: 빅토리아 시대(A History of Fashion and Costume: The Victorian Age)』, Bailey Publishing Associates Ltd., 2005.
- Emsley, J., 『살인의 원소: 독극물의 역사(The Elements of Murder: A History of Pois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 Paterson, M.,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생활사(A Brief History of Life in Victorian Britain)』, Running Press Book Publishers, 2008.
- Steele, P., 『패션과 의상의 역사: 19세기(A History of Fashion and Costume: The Nineteenth Century)』, Bailey Publishing Associates Ltd., 2005.
- Whorton, J. C., 『비소의 세기(The Arsenic Century: How Victorian Britain was Poisoned at Home, Work, and Play)』, Oxford University Pres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