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는 과대평가된 포식자일까?
약 2억 3000만 년 전, 공룡은 지구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들은 약 1억 70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한 뒤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고, 인간이 등장하기까지는 그 후로도 수천만 년이 더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이 거대 파충류들과 그들의 습성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발굴 현장에서 이뤄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피에 굶주렸던 공룡 다섯 종의 순위를 매겨 소개합니다. 과연 어떤 공룡들이 명단에 올랐을까요?
5위. 마준가사우루스(Majungasaurus)
백악기 후기, 즉 약 1억 5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오늘날의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했던 이 공룡은 전형적인 두 발 걷기 육식공룡입니다. 이 무리의 특징대로 두 앞다리는 크게 퇴화되어 있었죠. 성체는 몸길이 최대 11미터에 달했지만, 상대적으로 키는 낮아 겨우 2.5미터 정도였습니다.

수억 년 전 지구를 누비던 공룡들. 오늘날 우리는 박물관에서나 그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준가사우루스는 다른 육식공룡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종은 식인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공룡 사이에서 동족을 잡아먹는 행동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과 가까운 혈연일지 모를 동족까지 거리낌 없이 잡아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도 이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지구를 공포에 떨게 한 기간은 비교적 짧았습니다. 그들의 전성기는 공룡 시대의 막바지와 겹쳤으니까요.

다른 공룡에 비하면 마준가사우루스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성체의 키는 최대 2.5미터 정도였습니다.
4위.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이 괴물 같은 포식자를 묘사할 때는 전문가의 말을 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트는 저서 『공룡의 시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보든 알로사우루스는 쥐라기의 정육점 도살자였다. 이 사나운 포식자는 범람원과 강변을 돌아다니며 (...) 자신의 머리를 도끼처럼 사용해 먹잇감을 살해했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묘사를 찾기 어렵습니다.
몸길이 최대 12미터에 달하는 이 '도살자'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바로 턱을 아주 넓게 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입을 활짝 연 채로 먹잇감에게 덮쳐 가죽을 베어낼 뿐 아니라 근육까지 뜯어냈는데, 이는 촘촘하게 배열된 이빨 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알로사우루스는 남다른 흉포함 외에도 눈 위에 두 개의 뿔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공룡들과 차별화됩니다. 흥미롭게도 연구에 따르면 이 뿔은 개체마다 고유한 형태와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3위.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Carcharodontosaurus)
이 거대한 동물은 오늘날까지도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상 육식동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백악기 북아프리카 대륙에서 발견되었으며, 몸길이는 13미터를 넘어 그 자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었습니다.
화석을 처음 연구한 학자들은 그 이빨에서 현대의 백상아리를 연상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연구 끝에 밝혀진 사실은,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이빨은 백상아리의 것보다 더 크고 단단했다는 것입니다.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는 백상아리보다 강한 이빨을 지녔습니다. 사냥한 먹이를 손쉽게 찢어발겼죠.
흥미롭게도 이 종은 비슷한 크기와 능력을 지닌 라이벌, 스피노사우루스를 두고 있었습니다. 두 공룡은 먹이를 두고 (분명히 매우 볼거리가 풍부했을) 대결을 벌였습니다. 거대 파충류가 판치던 세계에서 이런 일은 드문 경우였습니다. 대개 한 지역에는 하나의 종이 지역 먹이사슬 정점에 군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요.
2위. 아크로칸토사우루스(Acrocanthosaurus)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백악기 중기, 약 1억 1000만 년 전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에 살았습니다. 몸길이는 최대 12미터에 달해 당시 생태계에서 가장 큰 생물 중 하나였고, 동시에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했습니다.
생김새는 어땠을까요? 길고 곧으며 낮게 깔린 두개골을 지녔고, 목부터 꼬리까지 등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줄지어 돋아 있었습니다.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번역하면 '높은 가시를 지닌 도마뱀'이라는 뜻입니다. 두뇌도 독특했습니다. S자 형태를 띠었고, 후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매우 발달해 있었죠.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짐승은 태생부터 살인자로 설계된 존재였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앞다리는 사냥에 큰 도움이 되었고, 식성도 폭넓었습니다. 다른 공룡(심지어 몸집 큰 공룡까지!)은 물론 썩은 고기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1위.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대중문화 덕분에 가장 친숙하고, 애칭으로 T. 렉스라고까지 불리는 이 공룡은 백악기 마지막 2000만 년 동안 공룡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때로 꽤 호감 가는 존재로 그려지는 팝컬처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들을 다른 종과 혼동할 일은 없다. 큰 머리, 운동선수 같은 몸, 초라한 팔, 근육질 다리, 긴 꼬리. 물어뜯는 힘이 워낙 강해 먹잇감의 뼈를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스티브 브루사트는 『공룡의 시대』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동물들에게 얼마나 큰 공포의 대상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포식자는 몸길이 최대 12미터, 무게는 최대 6.5톤에 달했습니다. 오늘날 북아메리카 지역에 서식했으며, 한 끼에 무려 200킬로그램의 고기를 먹어치울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배를 채운 뒤에는 곧바로 다음 먹잇감을 찾아 나섭니다...

가장 피에 굶주린 공룡은 단연 티라노사우루스였습니다. 거대한 머리로 먹잇감의 뼈를 부술 수 있었죠.
티라노사우루스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턱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연구된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강하게 턱을 다물 수 있었고, 그 힘은 최대 6만 뉴턴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인간이 물 수 있는 최대 힘은 약 600뉴턴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T. 렉스가 지금까지 지구를 걸어본 가장 흉포한 포식자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참고 문헌
- Steve Brusatte, 『공룡의 시대: 탄생에서 몰락까지』, 2018.
- Carl Mehling, 『공룡과 선사시대 동물 백과사전』, 2017.
- Neil Shubin, 『우리 안의 생물 도감: 35억 년 역사로의 여정』,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