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따르면 11세기, 고디바 부인(Lady Godiva)은 장이 서는 날 코번트리 거리를 알몸으로 말을 타고 가로질렀다고 합니다. 이는 백성들에게 터무니없는 세금을 요구한 남편 리오프릭(Leofric)의 행동에 대한 항의였다고 전해집니다.
시민들을 돕고자 했던 고디바 부인은 남편에게 마음을 바꿔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리오프릭은 아내가 '말에 알몸으로 올라타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로지른다면' 생각을 바꾸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아내를 두 번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존경받던 중세의 귀부인이 과연 백성들을 위해 그토록 파격적이고 절박한 행보를 감행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의 선물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알몸 기승 이야기를 신화로 보지만, 고디바 부인 자체는 실존 인물입니다. '고디푸(Godgifu)', 즉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으로도 불린 그녀는 11세기에 살았으며 교회에 대한 관대함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첫 남편에게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그녀는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여기고 유언장으로 엘리 수도원(Ely)에 재산을 기증했습니다. 그러나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머시아의 영주 리오프릭과 재혼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자선 활동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특히 1043년 코번트리에 베네딕토회 수도원을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고디바 부인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화려하게 변모해 갔습니다.
당대의 기록에 따르면 고디푸는 11세기 잉글랜드에서 소수에 불과한 지주 중 한 명이었지만, 옷을 입지 않은 채 말을 탔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가 처음 기록된 것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약 100년 후, 잉글랜드 수도사 로저 오브 웬도버(Roger of Wendover)의 저술에서였습니다. 이 성직자 출신 역사가는 "오늘날 전해지지 않는 어떤 연대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전설의 출처가 되는 자료는 현재까지 남아 있지 않지만, 신화 자체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어 가장 유명한 잉글랜드 전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전설에 색을 입히다
로저 오브 웬도버 이후 수많은 창작자들이 고디푸의 코번트리 기승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서, 이 이야기에는 점점 더 극적인 색채가 더해졌습니다.
어떤 판본에서는 고디바 부인의 몸을 긴 머리카락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보낸 망토가 덮어, 그녀가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또 다른 판본에서는 그녀가 기승 당일 코번트리 백성들에게 집에 머물며 창문을 닫아 달라고 명해, 일반 백성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피하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번째 판본에는 '훔쳐보는 톰(Peeping Tom)'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명령을 어기고 셔터 틈새로 여인의 기승을 몰래 훔쳐본 인물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디푸의 신화는 로드 앨프리드 테니슨 경이 지은 유명한 시 <고디바>나, 말 위의 알몸 여인을 노래한 퀸(Queen)의 곡 <Don't Stop Me Now> 같은 노래와 시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코번트리에서는 이 전설적인 기승을 직접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첫 재현 행사는 1678년 5월 31일에 열렸으며, 고디바 부인 역할은 소년이 맡았습니다. 이 축제는 1907년까지 꽤 규칙적으로 반복되었는데, 그해 복장, 혹은 복장의 부재가 민사 분쟁의 쟁점이 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왕실의 후계자들
1966년, 뜻밖의 새로운 발견으로 고디푸는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국 귀족 가문의 계보를 다루는 '데브레트 피어리지(Debrett's Peerage)' 가이드가 출간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혈통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고디바 부인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입니다.
오랫동안 여왕의 조상은 정복자 윌리엄으로 여겨져 왔지만, 사실 그녀는 윌리엄에게 왕위를 내준 해럴드 2세의 31대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럴드의 딸 기사(Gytha)는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아버지가 전사한 뒤 대륙으로 피신했고, 키예프 대공 블라디미르 모노마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 후손들의 운명은 잉글랜드 왕조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 왕가들과 얽히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기사 자신이 바로 리오프릭의 후손이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의 독실한 아내가 백성을 가난과 굶주림에서 구하고자 도시를 알몸으로 기승했다고 전해지는 바로 그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