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아몬드가 하나도 안 들어간 아몬드 케이크? 전쟁 중 폴란드의 기발한 대체 디저트

전시 폴란드의 경제는 언제나 '에르자츠(Ersatz)', 즉 대체품의 세계였습니다. 특히 주방에서는 더욱 그랬죠. 앞서 도토리 커피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에르자츠 디저트 차례입니다.

아몬드 나무는 온화한 기후와 따뜻한 바람을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비스툴라 강 유역에서는 겨울마다 덮개를 씌워줘야 하는 관상용 관목으로나마 겨우 기를 수 있을 정도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몬드 수입은 다른 사치품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끊겼습니다. 물론 암시장에서 소량은 늘 구할 수 있었지만, 그 가격은 감히 손대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폴란드인들이 마지팬, 아몬드 쿠키, 아몬드 특유의 고소함을 잊어야만 할 것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증조할머니 세대는 이런 상황에서도 창의력이 무엇보다 뛰어남을 증명했습니다. 아몬드 없이도 맛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익힌 것이죠.

아몬드 과자는 강낭콩이나 세몰리나(굵게 빻은 밀가루)에 아몬드 오일과 설탕 혹은 감미료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감자로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1941년 바르샤바에서 출간된 엘주비에타 키브나르스카(Elżbieta Kiewnarska)의 저서 『109가지 요리』에 이 대체 반죽 레시피가 실려 있습니다.

재료

감자 800g
설탕 200g
사카린 정제 10정
아몬드 오일 5방울
쇼트브레드 반죽 적당량

아몬드가 하나도 안 들어간 아몬드 케이크? 전쟁 중 폴란드의 기발한 대체 디저트

알렉산드라 자프루트코-야니차(Aleksandra Zaprutko-Janicka)의 책 『부엌에서 본 점령기』에 소개된, 여성들의 생존 기술이기도 합니다.

만드는 방법

껍질을 벗긴 감자를 삶아 수분을 졸인 뒤 아주 곱게 으깹니다. 설탕과 섞어 버터를 살짝 두른 팬에 넣고 저으면서 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옮겨 담고 아몬드 오일과 감미료를 넣어 곱게 갈아줍니다. 반죽을 충분히 치댄 뒤 밀어 편 반죽 위에 얇게 펴 바르고, 양귀비 스트루델을 굽듯 구워내면 됩니다.

시식 후기

레시피에는 어떤 반죽을 써야 하는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많은 요리사들이 스트루델 반죽은 자신만의 검증된 레시피가 있어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죠.

저는 실험 정신으로 클래식한 반죽 대신 메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아몬드가 하나도 안 들어간 아몬드 케이크? 전쟁 중 폴란드의 기발한 대체 디저트

아몬드 하나 없이 완성한 아몬드 스트루델입니다.

메밀가루 반죽은 탄력이 부족해 속재료를 올리고 말다가 조금씩 찢어졌고, 구우면서도 금이 갔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메밀 덕분에 스트루델의 맛이 훨씬 더 흥미로워졌다는 점입니다.

이번 주에는 크라쿠프와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두 번의 독자 모임에 이 스트루델을 가져갔습니다(다음 주에는 우치에서 또 만나요!). 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접시 위에서는 눈 깜짝할 새 사라졌습니다. 독자들이 가장 놀라워한 점은 이 케이크가 실제로 아몬드 맛이 난다는 사실이었죠. 반면 먼저 맛본 뒤에야 재료를 들은 사람들은, 정작 진짜 아몬드가 한 알도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