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전역에 공포와 파괴를 퍼뜨린 스칸디나비아 전사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역사 기록에서는 남성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상당한 강인함과 진정한 용기를 지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사가, 전설, 연대기에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 '바이킹스(Vikings)'로 유명해진 실드메이든(shieldmaiden, 방패 처녀)은 과연 실제로 존재했던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 여성 전사들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단지 신화 속 요소에 불과한지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습니다..."라고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고고학·고대사 학과의 닐 프라이스(Neil Price) 교수는 말합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거나 권력을 두고 싸우는 영웅적인 여성들이 사가뿐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존했지만 전설이기도 한 존재
이들의 고전적인 이미지는 훨씬 나중에 쓰인 문헌에서 비롯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가 얼마나 신뢰할 만하느냐는 것이죠. 100%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상상의 산물일 수도 있으니, 고고학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덴마크 국립박물관 등에 보존된 물질문화의 유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9~10세기에 제작된 특수한 펜던트에는 두 인물이 새겨져 있는데, 하나는 기수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조력자로 추정됩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둘 다 무장하고 있습니다." 프라이스 교수는 이를 중세 바이킹 사회에서 여성이 수행했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로 봅니다.
또 다른 증거로는 방패와 검을 든 전사 조각상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발키리를 떠올리면 무장한 여성의 예술적 묘사 자체는 크게 놀랍지 않습니다.
노르드 신화 덕분에 우리는 강대한 오딘의 딸들인 특별한 여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날개 달린 말을 탄 강인하고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으로 가장 많이 그려지는 발키리는 창과 방패로 무장했습니다. 발키리 브륀힐드와 전사 시구르드의 로맨스를 다룬 신화는 훗날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4부작 '니벨룽의 반지'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중문화를 포함한 문화 속에는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여주인공들이 지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라게르타
라게르타(Lagertha). 노르웨이의 통치자로 여겨지며 유명한 라그나르 로드브로크의 아내였던 전설적인 실드메이든의 이름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12~13세기에 활동한 기독교 연대기 작가 삭소 그라마티쿠스(Saxo Grammaticus)의 기록을 통해 전해집니다. 바로 그의 글 덕분에 우리는 복수와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라게르타는 실존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노르웨이를 침공한 스웨덴 국왕 프뢰(Fr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현지 통치자 시구르드(Siward)를 격파하고 왕족의 모든 여성들을 창관에 유폐시켰습니다. 이 참혹한 사건은 스칸디나비아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할아버지 시구르드의 원수를 갚기 위해 라그나르 로드브로크가 노르웨이로 건너갑니다. 이때 프뢰에게 노예로 끌려간 여성들도 남성의 옷을 입고 무기를 들었는데, 그들의 지도자가 바로 라게르타였습니다. 이 전설적 인물은 여성 캐릭터가 매우 강하게 부각된 드라마 '바이킹스'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역사적 사실일까요?
무덤 속에 잠든 해답
바이킹들은 돌아간 친척을 유품과 함께 매장했습니다. 시신은 배 위에서 화장되었고, 때로는 전사의 노예 한 명이 함께 희생되곤 했습니다. 전투에서 직접 전사한 이들은 발키리가 이끌었다고 믿어졌습니다. 전장 위를 맴도는 여신들이 그들을 영원한 행복의 땅 발홀, 위대한 오딘 앞으로 안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잘 보존된 최소 한 곳의 무덤이 바이킹 공동체 내 일부 여성의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
"여성이 무기와 함께 매장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지만, 전형적인 전사의 무덤은 아니었습니다"라고 프라이스 교수는 설명합니다. 실제로 고고학 발굴 결과, 여성의 유해가 담긴 배에서는 창 같은 전설적 발키리의 상징이 아니라 진주, 가위, 브로치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비르카(Birka)에서의 발견이 더욱 주목을 받습니다. 비르카는 중세 바이킹의 무역 거점이었던 마을로, 현재 중세 전사 문화 연구의 핵심적인 중심지입니다.

페테르 니콜라이 아르보, <발키리아>
1870년대, 이곳에서 칼, 단검, 검, 도끼 등 각종 무기로 가득한 무덤이 발견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발견의 사진들은 남성 매장의 모범적인 사례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웨덴의 안나 키엘스트룀(Anna Kjellström)이 이끄는 골격학 전문가 팀이 이 무덤의 유골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유골이 여성의 것임이 밝혀졌고, 이는 고인이 실드메이든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바이킹 공동체의 여성 전사상을 온전히 재구성하는 일은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사가와 전설에 의존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드메이든이 바이킹 원정에 동참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물증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어떤 규모로, 어떤 자격으로 참여했느냐는 것입니다. 노예였을까, 여신이었을까? 전설이었을까, 역사적 사실이었을까? 그 해답은 다음 연재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