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본(Hal Vaughan)의 저서 『적과 함께 잠들다(Sleeping with the Enemy)』가 출간되자 세계 패션계가 발칵 뒤집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패션계의 독재자'라 불리던 코코 샤넬이 독일 군사첩보기관 아베어(Abwehr)와 공모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 본은 샤넬이 평생 열렬한 반유대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 혐오자이기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년 시절 심어진 증오의 씨앗
스타일 아이콘이 된 여성의 반유대주의적 뿌리는 유년 시절의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샤넬은 가톨릭 수녀원 고아원인 오바진(Aubazine)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그곳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주입받았다. 훗날 가난한 시골 환경에서 벗어나 상류 사회의 일원이 되었지만, 그녀는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유대교 신자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코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프랑스의 편집자이자 작가인 마르셀 에드리히(Marcel Haedrich)에게 한때 이렇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유대인과 중국인뿐이며, 그중에서도 유대인이 중국인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4쪽). 에드리히에 따르면 샤넬의 반유대주의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견해를 열정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선전했으며, 심지어 나치의 반유대법까지 지지했다.
샤넬은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그녀의 연인 중 한 명이었던 웨스트민스터 공작 벤더(Bendor)는 그녀에게 세상이 볼셰비즘의 홍수 위협에 놓여 있으며, 그 배후에는 당연히 유대인이 있다고 끊임없이 주입시켰다.
"동성애자들? 그 추하고 짓궂은 놈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역시 이 연인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샤넬은 레즈비언에는 딱히 반감이 없었지만, 게이 남성들은 도무지 눈엣가시였다. 1946년 그녀는 스스로 이렇게 언급했다.
"동성애자들이라고? 그들은 여자들에게 집착하며 끊임없이 칭찬을 퍼붓잖아. '내 미녀, 내 아가씨, 내 천사'라고 말이야. 나는 그 추하고 짓궂은 놈들이 마약, 이혼, 스캔들로 젊은 여성들의 인생을 망치는 광경을 봤다. (...) 게이들은 여자가 되고 싶어 하니까. 다만 처참하게 실패할 뿐이지." (41쪽)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유대인들과 협력하는 일이 있었음에도, 그녀는 그들을 언제나 비하하는 어조로 언급했다. 할리우드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유대인도 있고, 이스라엘 사람도 있지만, [질이 나쁜] 프랑스 유대인도 있다." (62쪽) '그리스도 살해자'에 대해 그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온건한 표현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만연한 반유대주의는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코코 샤넬. 스타일 아이콘이자, 반유대주의의 화신.
극우 잡지 『르 테무아』와 선전 활동
1933년, 새로운 연인 폴 이리브(Paul Iribe)와 함께 샤넬은 잡지 『르 테무아(Le Témoin)』를 창간했다. 할 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잡지는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녔다.
"파시즘과 반유대주의 성향의 프랑스 언론을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반영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극우 운동가들(...)과 이탈리아·독일에서 '질서와 법'을 내세우던 단체들을 지지했다." (79쪽)
코코 샤넬. 리틀 블랙 드레스 대신 머리 위에 흉흉하게 드리운 유대인의 그림자. 『르 테무아』지에 실린 삽화.
1933년 2월 24일자 호에는 샤넬을 프랑스의 상징인 마리안느로 묘사한 삽화가 게재되었다. 그 그림에는 패션 디자이너의 알몸과, 그녀를 괴롭히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전쟁이 가져온 기회, 파트너의 재산 탈취 시도
그러나 이 충격적인 삽화조차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코코 샤넬의 행보와 비교하면 새발에 불과하다. 전쟁이 시작되자 그녀는 지금까지 향수 사업을 함께 운영해 온 유대인 베르트하이머(Wertheimer) 가문의 재산을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더 큰 몫의 이윤을 탐낸 그녀는 기존 파트너의 회사를 "접수"해 모든 지분을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보다시피 그녀는 자신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리안'이라 여겼던 것이다.
어쩌면 여러분이 알고 있던 코코 샤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닐까?
출처
Hal Vaughan, 『Sleeping with the Enemy: Coco Chanel's Secret War』, Alfred A. Knopf,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