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라울 발렌베리는 카틴 학살의 비밀을 알았기에 사라졌는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약 10만 명의 헝가리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 그가 이 공로로 마땅한 영예와 보상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다. 헝가리를 점령한 소련은 그를 체포해 소련으로 끌고 갔고, 그 후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여러 정황은 그의 실종이 소문난 '스파이 혐의'가 아니라, 카틴 학살에 대한 지식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은 헝가리 역사학자 크리스티안 웅그바리(Krisztián Ungváry)가 제시하고, 알렉스 커쇼(Alex Kershaw)의 저서 『발렌베리 미션: 10만 유대인의 생명을 건 에히만과의 결투』에서 다뤄지는 주장이다. 물론 의문이 든다. 1944년 헝가리에 있던 스웨덴 외교관이 어떻게 4년여 전, 먼 북동쪽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을까?

불편한 목격자

라울 발렌베리는 카틴 학살의 비밀을 알았기에 사라졌는가?

페렌츠 오르쇼시(Ferenc Orsós) 교수(사진 출처: Bundesarchiv, CC ASA 3.0 라이선스).

이 퍼즐의 핵심 인물은 헝가리의 법의학자이자 범죄학자인 페렌츠 오르쇼시 교수다. 그는 1943년 봄 카틴으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살해된 폴란드 장교들의 현지 부검을 수행한 국제의학위원회 12인 중 한 명이었다.

발굴 조사 후 오르쇼시 교수는 상세한 보고서와 함께 범죄의 결정적인 증거들—살해된 장교 한 명의 두개골까지 포함하여—을 부다페스트로 보냈다. 이 자료들은 살해의 범인이 NKVD(소련 내무인민위원회)임을 부정할 수 없이 입증하는 것이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헝가리 본국신용은행 금고에 엄중히 보관되었다.

이 자료들은 소련군이 진입할 때까지 그곳에 있었으며, 소련은 이를 교수의 개인 문서고와 함께 모스크바로 가져갔다. 오르쇼시 본인은 1945년 2월부터 전범 혐의로 NKVD 특별부대의 추적 대상이 되었다. 다행히 수색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는 이미 스위스로 피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라울 발렌베리는 카틴 학살의 비밀을 알았기에 사라졌는가?

『발렌베리 미션: 10만 유대인의 생명을 건 에히만과의 결투』, Znak Literanova, 2011.

바로 이 교수가 수집한 자료들을 라울 발렌베리가 헝가리 임무 수행 중 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서 그는 1940년 봄 소련이 저지른 집단학살의 목격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단서로는, 소련이 이 수치스러운 비밀을 알게 된 다른 인물들 역시 집요하게 추적했다는 사실 등을 들 수 있다.

오르쇼시의 문서에 대한 지식은 공군 대위 졸탄 미코(Zoltán Miko)가 목숨으로 값을 치렀다. 그는 헝가리 저항운동과 현지 유대인 구출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으나, 1945년 8월 15일 총살당했다. 그의 부하였던 빌모시 본도르(Vilmos Bondor)는 심문 과정에서 신원불명의 '특정 문서'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거듭 추궁당했다.

끝까지 모른다고 부인한 것이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는 "고작" 25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또한 1945년 헝가리 국회 의장을 지낸 벨러 버르가(Béla Varga) 신부 역시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처형을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통역관(참고로 소련 대령이었다)이 카틴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하라고 몰래 경고해 주었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같은 연합국의 태도

영국과 미국 지도부의 태도 또한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한 인물의 운명에 대해 그들은 놀랄 만큼 무관심했다.

라울 발렌베리는 카틴 학살의 비밀을 알았기에 사라졌는가?

라울 발렌베리. 카틴 학살의 또 다른 희생자인가?

혹시 전후 평화를 위해, 카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의 석방을 요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타인을 구한 진정한 영웅의 증언이었음에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라울 발렌베리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가 자신의 보고서로 이른바 '카틴 거짓말'에 맞설 수 있었는지에 관한 진실은 아마도 오랫동안—안다면야—우리에게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