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개 언어를 배운 이유, 독을 읽기 위해서
기원전 120년부터 63년까지 폰토스를 통치한 미트리다테스 6세 에우파토르(Mithridates VI Eupator)는 스무 개가 넘는 언어에 능통한 군주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방 민족의 말을 이해하려고 언어를 배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짜 목적은 독과 해독제에 관한 원전 논문들을 직접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폰토스 왕의 기묘한 삶은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소름 끼치는 이야기입니다.
폴란드의 고대사 학자 안나 슈비데르코브나(Anna Świderkówna)는 그를 '반은 헬레네스, 반은 야만인'이라 불렀습니다. 왕좌에 오르자 그는 곧바로 스스로를 키루스 대제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이르는 아시아 통치자들의 후손이자 정당한 계승자로 선포했습니다.
그의 야망은 하나의 거대한 그리스-이란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고, 이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곧 로마와의 충돌을 의미했습니다.
"아시아에서 빼앗긴 부의 값이라면 아시아는 로마에게 세 배를 요구할 것이며, 이탈리아 땅에서 일한 노예들의 값이라면 태양 빛 아래 이탈리아의 아들 스무 명이 아시아의 노예가 될 것이다."

미트리다테스의 영토 확장은 지금 보아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제국을 넓히는 과정에서 그는 수천 명을 냉혹하게 살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빌라 예언서(Sibylline Oracles)의 예언에 따라 회전 칼날을 단 전차 부대를 조직했고, 소아시아에 사는 모든 로마 시민을 살해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습니다. 약 8만 명의 로마인의 피를 묻힌 뒤, 그는 곧 자신의 목숨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비 없는 살인자
'안티 오디푸스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일 만한 사건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섭정이었던 어머니가 미트리다테스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다른 아들에게 왕관을 넘기려는 음모를 꾸민 것입니다. 그는 간신히 도주에 성공했고, 어머니를 물리친 뒤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친과 음모에 가담한 형제에게 독을 먹이라 명령한 것입니다.
첫 번째 아내이자 동시에 친자매였던 라오디케(Laodike)에게도 자비는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음모에 대한 공포가 낳은 광기는 결국 세 아들과 세 딸, 여섯 자녀 모두를 독살하는 참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잔혹한 폰토스의 왕은 자기 자신에게도 독을 먹였습니다.
비인간적인 독성 실험
독살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에 시달린 미트리다테스는 당시 알려진 모든 독에 대해 스스로를 면역시키기로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량의 독을 몸에 투입하고, 그다음 적절한 해독제를 복용할 것을 명한 것입니다.

고대에 그는 폰토스 왕의 용기와 무용을 상징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미트리다테스는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살았습니다.
모든 병을 고친다는 전설의 만능 해독제를 찾기 위해 그는 산 사람을 상대로 독성학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전쟁 포로, 사형수, 노예가 그의 개인 실험 대상, 즉 기니피그가 되었고, 왕실 의술진은 이들을 통해 몸의 독 반응과 해독제의 효과 속도를 시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신비한 영약 '미트리다티움(mithridatum)'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독에 의한 죽음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은 1755년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르네의 작품입니다.
이 해독제는 꿀에 녹인 54가지 천연 재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독성 수초를 먹고 사는 야생 오리의 피, 포레모니 추출물, 흔한 광명물(세인트존스워트) 등이 그 예입니다. 현대 독성학자들은 이 만능약의 기반이 '광란의 꿀(mad honey)'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폰토스 지방의 꿀벌이 독성이 있는 로도덴드론 꽃에서 모아 만든 꿀입니다. 해독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불행히도 말입니다.
저주받은 해독제
기원전 74년 로마와의 전쟁이 다시 일어났을 때, 폰토스의 왕은 지난번처럼 행운의 여신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길어진 전쟁 끝에 그는 기원전 63년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에 의해 자결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신에게 먹인 독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의 꿈이었던 해독제가 가장 잔인한 저주로 돌아온 순간입니다. 그는 빠른 죽음 대신 격렬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야 했습니다. 검으로 스스로를 베는 데조차 실패한 위대한 폰토스의 왕은, 마침내 갈리아 출신 근위병의 손에 목숨을 마쳤습니다.

한 식물이 죽음과 생명의 비밀을 모두 품고 있다는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로도덴드론 꽃에서 채집한 꿀은 미트리다테스에게 독의 기초 물질이자 동시에 해독제의 재료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발명은 다른 군주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바로 폰토스 왕의 최대 적국 로마의 황제들이었습니다. 네로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아편을 첨가해 강화한 이 만능약 덕분에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습니다. 40여 가지 물질이 더해진 이 특효약은 발명가의 이름을 딴 '엘렉투아리움 미트리다티스(Electuarium Mithridatis)'라는 이름으로 19세기 초까지 유럽 의학에서 사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