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그마 암호 해독의 비화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독일 암호 전문가들을 꺾기 위해 영국, 프랑스, 폴란드는 힘을 합쳤다. 그런데 비스와 강 기슭에서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영국인 한 명이 폴란드를 '속였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전쟁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바르샤바-파리-런던을 잇는 정보기관 간의 협력은 한층 공고해졌다. 베를린이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에 독일의 가장 깊은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연합국의 이익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에니그마 해독이었다.
폴란드, 프랑스, 영국 암호학자들의 첫 번째 합동 회의는 1939년 1월 파리에서 열렸다. 오랫동안 독일군 암호기를 연구해 온 폴란드 측은 상부로부터 중요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같은 해 6월 말에야 서방 전문가들은 새로운 회의에 초대받았고, 이번 장소는 바르샤바였다.
솔직히 말해, 협의에 파견된 일부 인사들은 폴란드인에 대해 최악의 평가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폴란드 전문가들이 안개 속을 헤매고 있으며, 굳이 유럽 반대편 끝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1939년 7월 25~26일 열린 회의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사실이 공개되었다.
"우리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7월 26일 오전 7시, 폴란드 정부가 보낸 차량이 바르샤바의 브리스톨 호텔 앞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영국 대표단 세 명, 즉 암호학자 알프레드 녹스와 알래스테어 데니스턴, 무선 정보 장교 험프리 샌드위스가 탑승했다. 운전기사는 승객들을 피리(현재 바르샤바 우르시누프 남부)에 위치한 폴란드 정보기관의 비밀 거점으로 안내했다. 프랑스 대표단도 그곳에 있었다.
상부로부터 허락을 받은 폴란드 암호학자들은 손님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바로... 그들이 이미 수년 전에 에니그마를 해독했다는 것이었다! 더모트 튜링이 저서 『XYZ: 에니그마 암호 해독의 실화』에서 강조하듯, 폴란드인들은 오래전부터 매일 바뀌는 암호키를 풀어낼 수 있었고, 기계의 작동 원리를 재구성했으며, 매일 변하는 설정값을 산출해 내는 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요컨대 그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안 레옙스키, 예지 루지츠키, 헨리크 지갈스키 — 에니그마를 무너뜨린 폴란드의 수학자들 (사진: 퍼블릭 도메인)
더모트 튜링은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의 증언을 인용했다. 영국 암호학자 데니스턴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그들의 추론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회의의 일환으로 전자 장치로 가득 찬 지하실에 안내되어 '밤(bomba)'을 직접 보게 되었을 때, 그들이 도출해 낸 결과와 에니그마의 일일 설정값[일일 키]을 찾아내는 방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알프레드] 녹스는 내내 우리와 함께 있었지만, 침묵을 지켰고 분명 무언가 이유로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알고 보니 얼마 전 녹스의 부하 직원 한 명이 폴란드 수학자들이 착안했던 것과 유사한 해법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상사인 녹스가 당시 그 아이디어를 웃음거리로 여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녹스는 같은 문제를 연구하던 영국 수학자들과도 잘 알고 지냈다. 그에게는 명백한 논리였다. 폐하의 최고 전문가들조차 실패했다면, 폴란드인이 성공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회의장을 떠나는 순간, 녹스는 마침내 폭발했다. 데니스턴이 나중에 기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갑자기 화를 내더니, 아무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라 여기며 우리가 속았다고, 파리에서처럼 거짓말을 들었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것이 사기라고, 그들이 에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수년 전에 해법을 훔쳤고, 다른 이들처럼 그것을 바탕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것을 사거나 훔쳐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영국 대표단은 동료 때문에 적잖은 망신을 당해야 했다. 모국어를 알아듣지 못함에도 동행한 프랑스인들과 폴란드인 운전기사는 격분한 영국인이 주인을 모욕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필 그 주인들은 방금 세계 정보계에서 가장 철저히 감춰진 비밀 하나를 그에게 건네준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녹스는 종이 위에 분노를 쏟아냈다. 편지의 수신인은 하필 같은 건물에 머무르던 데니스턴이었다. 다행히 이 편지 쓰기 덕분에 그는 진정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 편지는 오늘날까지 영국 기록 보관소에 남아 있으며, 그로부터 영국인의 엄청난 좌절감을 읽어낼 수 있다.
각국 대표단이 귀국한 후, 녹스의 마음가짐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경주마 장면이 수놓인 실크 스카프를 바르샤바로 보냈다. 이는 폴란드인이 논쟁의 여지 없는 승자라고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출처:
이 글은 흥미로운 일화와 과거의 놀라운 기록 등 역사 속 단편 이야기를 다룬 짧은 자료입니다. 3분 안에 읽을 수 있으며 단일 출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저서를 참고했습니다.
- 더모트 튜링(Dermot Turing), 『XYZ: 에니그마 암호 해독의 실화』, Rebi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