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두개골 수집가 갈, 신경과학의 아버지에게 돌려주는 명예

18세기 말,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이자 학자인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은 “두개골의 융기와 함몰이 그 사람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오늘날 그는 기억된다 해도 ‘돌팔이 의사’ 정도로 치부되지만, 신경심리학자 테오 물더(Theo Mulder)는 저서 『뇌 수집가』를 통해 이 잊힌 학자에게 과학사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리를 되돌려줍니다.

두개골 형태와 인간 특성의 연관성

갈(1758~1828)이 아홉 살이던 시절, 한 급우가 도드라진 눈과 뛰어난 성경 구절 암기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소년 갈은 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것이 평생을 이어간 ‘두개골 형태와 개인적 특성의 관계’에 대한 집착으로 발전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모든 특성과 재능이 뇌의 특정 부위 크기에서 비롯되며, 그 크기를 두개골 바깥에서 만져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이 학설은 오래전 폐기되었지만, 물더는 갈이 오늘날 받는 존중보다 훨씬 많은 경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의 사상의 흔적은 여전히 현대 신경과학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전기 집필의 시작

흐로닝언 대학 교수인 물더는 강의에서 19세기 초 갈과 그의 뇌관을 자주 다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미국 동료가 강연 후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야 비로소 이 화려한 매력의 오스트리아 의사이자 과학자에게 전기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는 곧바로 아카이브 탐사에 착수합니다.

허영심이 강했던 갈은 개인적인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에, 물더는 타인이 쓴 기록만으로 작업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물은 갈이라는 인물뿐 아니라 계몽주의 직후 유럽의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읽기 좋은 책으로 완성됩니다.

교회와 황제의 압박

‘이성의 시대’에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습니다. 갈은 방대한 두개골 컬렉션을 앞세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인기 강연회를 열었는데, 교회는 이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뇌의 생리적 과정에서 비롯된다면 신의 역할은 끝장난다는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는 갈에게 강연과 출판을 통한 사상 전파를 금지합니다.

프렌롤로지로 이어진 두개골 학설

물더에 따르면 갈은 금지령에 굴하지 않고 조수 슈르츠하임(Johann Spurzheim)과 두개골을 가득 실은 마차와 함께 유럽을 순회하며 메시지를 퍼뜨리고 수많은 팬들의 찬사를 한껏 누립니다. 일부 학자들이 갈 이론의 빈틈을 지적했지만, 이미 제법 자만에 빠진 그는 이런 비판에 진지하게 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여겼습니다.

갈의 두개골 학설은 프렌롤로지(phrenology), 즉 그가 사망한 뒤에야 크게 유행한 유사과학의 원점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조수 슈르츠하임은 미묘한 역할을 했습니다. 갈이 이론을 진심으로 믿었다면, 슈르츠하임은 과학보다 명성과 돈에 더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프렌롤로지는 거대한 사업이 되었습니다. “두개골을 만져볼 테니, 당신의 성격을 말해주겠네요.”라는 식이었습니다.

현대 신경과학의 초석

그렇다면 폐기된 이론의 창시자에게 왜 과학사 속 자리를 주어야 할까요? 물더는 갈이 행동을 관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으로 다룬 최초의 인물이자 중요한 신경해부학자였음을 보여줍니다. “갈은 많은 엉터리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우리가 지금 신경과학이라 부르는 분야의 토대를 놓았다. 특정 뇌 부위에 행동을 국소화하려는 모든 시도 속에 그의 작업이 살아 있다. 뇌 스캔이 이루어질 때마다 갈은 기계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라고 물더는 씁니다.

만약 두개골 학설과 프렌롤로지 때문에 갈을 미치광이로 치부한다면, 데카르트와 뉴턴도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합니다. “데카르트가 송과선에 관한 터무니없는 이론 때문에 외면당하지 않았듯, 뉴턴 역시 평생 성경 속 비밀 코드를 찾고 연금술에 몰두했다고 버림받지 않았다.”

이 전기를 통해 물더는 용감한 과학자이자 사교적인 활동가, 괴짜 사상가, 천재 해부학자, 그리고 생리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의 개척자로서 오스트리아인 갈에게 마땅한 명예를 돌려줍니다.